[화제] 운명 뒤바꾸는 'IMF머피의 법칙'
기사입력 1998년 02월 06일 15시 40분
`IMF 칼바람'이 불고 있다.
억세게 재수 없는 사람은 `칼바람'을 맞고 비참한 최후를 맞게 된다.
`누구는 날마다 고개를 꼿꼿이 세워도 목이 성한데 나는 왜 이럴까' 하는 유언을 남긴 채.
바로 그런 사람들이 `IMF 머피의 법칙'의 희생자다.
회사원 K씨는 자녀들의 성화를 이기지 못해 할 수 없이 스키장으로 떠났다.
모처럼 떠난 나들이길에 K씨도 신바람이 났지만 스키장 입구 고속도로 톨게이트에서 요금을 내려는 순간, TV 카메라가 나타나는 게 아닌가.
K씨는 놀란 마음에 저녁 뉴스를 보니 `IMF에도 스키장 다니는 사람'으로 자신이 나왔고, 회사에 출근하니 상사, 동료들로부터 "자네 사람답게 살더구만"하는 가시 돋친 말을 들어야 했다.
회사원 L씨는 지방에 사는 친척집 문상을 갔다가 새벽녘에야 집에 돌아와 잠깐 눈을 붙인 뒤 출근했다가 회사에서 조금 떨어진 사우나를 찾았다.
L씨는 하필이면 휴게실에서 인사부장과 맞닥뜨린 뒤 목욕을 하는둥 마는둥 하고 사우나를 빠져나왔으나 그날이후 가슴을 졸이며 지내고 있다.
시중은행 Y지점장은 지난 연말 인사에 불만을 품고 사표를 내려고 했지만 대학에 다니는 세 자식이 눈에 어른거려 참아야만 했다.
그러나 올해 본격적으로 IMF 한파에 감원 바람이 불어 어쩔 수 없이 퇴직을 하려고 보니 퇴직금이 무려 1억여원이나 줄어들었다.
지난해까지는 특별퇴직금을 60개월치 월급으로 산정했지만 올해부터는 40개월로 줄어든 데다 상여금 등 모든 게 줄어든 상태를 기준으로 퇴직금을 주기 때문이다.
Y씨는 지금도 "차라리 작년에 그만둘 걸"하며 가슴을 치고 있다.
유통업체의 C대리는 지난해 가을, 외근이 잦은 영업부로 발령나자 핑계김에 중고차를 구입, 입사 5년만에 마이카의 꿈을 이루었다.
회사에서 기름값 등 유지비와 보험금은 물론 주차보조금까지 대줬으나 새해들어 회사로부터 모든 지원이 끊어져 `차를 먹이기 위해 사람이 굶는' 사태가 벌어지자 엄청난 헐값에 차를 팔아야 했다.
N대리는 지난해 결혼할 때 두 여자 사이에서 방황을 했었다.
그때 N대리는 순전히 맞벌이를 할 수 있다는 장점 하나 때문에 지금의 아내를 택했지만 모든 게 수포로 돌아가고 말았다.
아내 회사의 정리해고 1순위가 `기혼여성'이었기 때문.
예전의 `머피의 법칙'은 잠깐 기분 나쁜 애교 섞인 것이었지만 `IMF 머피의 법칙'은 운명이 뒤바뀐다는 점에서 더욱 살벌하게 우리 사회를 점령하고 있는 셈이다.
[김승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