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공화국] 태초의 혼란(7)
기사입력 1998년 02월 06일 15시 40분
암사자와의 데이트가 중단되자 화가 머리 끝까지 난 바우는 방에 들어가면서 킹과 카미, 장쇠와 칭기즈칸이 있는 방문을 발로 차며 분풀이했다.
그들은 바우가 왜 화를 냈는지 까닭도 모른 채 공포에 떨어야 했다.
그러나 바우로서는 그리 조급할 필요가 없었다.
다음날도 해가 뜨고, 운동시간은 여전히 있으며 무엇보다도 로미를 비롯한 암사자들과 만날 기회가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바우는 사육사들에게 `선택' 받은 사자였다.
탁 트인 사파리에 모두 사는 `자유경쟁체제'라면 가장 힘이 센 왕이 모든 암컷을 차지하겠지만 사파리가 아직 개장하지 않은 지금으로서는 오로지 사육사들의 `은총'으로 짝짓기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차피 암컷들에게도 운동시간이 있고, 그때 바우를 내놓든, 카미를 내놓든 그것은 순전히 사육사의 권한이다.
아직 정식으로 타이틀전을 하지는 않았지만 사육사들은 바우를 왕으로 점찍어 놓고 `킹 메이커'를 자처한 것이다.
그러나 사육사들의 판단은 성급한 것인지도 몰랐다.
아직까지 사파리에 집어넣을 사자들이 모두 도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바우 `왕 당선자 후보'의 나날은 그런 대로 재미있었다.
하루 종일은 아니지만 다만 몇시간이라도 로미를 비롯한 암컷들을 데리고 수컷만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상일이 어디 순탄할 수만 있을까.
며칠 뒤 동물아파트는 또한번 소동이 일어났다.
사파리에 `취직'한 사자들이 또 도착한 것이다.
이번에 온 놈들은 먼저 온 킹이나 장쇠 일행과 달랐다.
무엇보다도 추위를 타지 않는 듯했다.
바우처럼 외국에서 `취업이민'을 온 게 아니라 지방 동물원에서 상경한 놈들이었다.
덩치도 바우만큼이나 커 쇠창살에 부딪힐 때마다 아파트를 뒤흔드는 소리가 났다.
사육사들은 방 배치를 다시 했다.
쓸데없는 체력소모를 막기 위해 각각 보이지 않는 콘크리트벽으로 된 방으로 한칸씩 건너뛰어 집어넣은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