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카스배 천원전] ○권오민 2단●서봉수 9단
기사입력 1998년 02월 06일 13시 38분
그러나 그 이면에는 승자인 권 2단이나, 패자인 서 9단으로서도 뒤 끝이 개운치 않은 일국이었다. 한마디로 박진감 넘치는 바둑내용에 비해 종국은 허무하기 짝이 없었던 것.
서 9단으로선 종국에 임박해 제한시간(3시간)을 거의 사용한 탓도 있겠지만 좀더 치밀한 수읽기가 아쉬웠으며 상대에게 `목'을 내밀고 있던 권 2단으로선 천우신조랄까, 거저 건진듯한 일국이었을 터.
그러나 천하의 서 9단을 맞아 한치도 물러섬 없이 당차게 맞부딪치며 선전한 권 2단의 패기도 높이 살만한 한판이었다.
초반 백 30 `꼬리내림'이 결정적 완착이었다. 무조건 `가'로 꼬부려 싸울 자리. 그랬으면 백으로선 쉽게 국면을 풀어나갈 수 있었다.
87까지 완연한 흑의 페이스. 그런데 백 88 때 흑 89가 옥에 티. 90의 곳에 받아두었으면 쉬웠다. 백도 장단맞춰 실착이 나왔는데 96으로 몰아 패를 자청한 것이 그것.
패란 팻감이 많은 쪽이 이긴다는 평범한 진리를 간과한 무리수였다. 알기쉽게 104를 선수하고 97의 곳에 뻗어 두었으면 백으로선 상당히 만회한 셈이었던 것.
중반들어 흑 117이 회심의 공격으로 133까지 득을 봐서는 흑의 필승지세. 그런데 흑 137이 문제수. 138의 곳에 지켜두었으면 변화의 여지가 없이 흑의 `반면 10집'은 부동이었다. 백 138∼142까지 기분좋은 선수행사. 그래놓고 백 148로 중앙마저 움직이니 국면이 심상치 않게 된 것.
그러나 149 이하 흑의 대사석작전이 교묘해 175에서 좌상 백 대마의 운명은 풍전등화.
하지만 누가 알았으랴. 178에 잇지 않은 흑 177이 불각의 패착으로 186까지 백 대마를 덧없이 살려줘서는 만사휴의.
어쨌든 이 판을 이긴 권 2단은 2차예선 결승에서도 강적 김동엽 7단을 꺾고 기어코 본선의 코를 뚫었고, 패자 서 9단으로선 작년(김만수 2단에게 2차예선 결승에서 패함)에 이어 2년 연속 `2단 징크스'에 걸려 본선진출이 좌절되는 수모를 당하고 말았다. 69＝66, 101＝19의 자리. 186수 끝, 백 불계승.
[해설．김재구 8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