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영웅] 정벌(31)

기사입력 1998년 02월 06일 13시 38분












제장들의 시선을 받은 윤의충이 입을 열었다.

"몽골 군율에 적앞에서 대장이 뒤를 보이면 부하가 베어도 좋다고 했소."

그의 시선이 정면으로 이도명에게 보내졌다.

"듣자하니 장군은 감숙성군이나 정동행성군에게 원군을 청하자고 했다던데 사실이오?"

"그렇소이다. 고려군으로서는 역부족이오. 그래서 대독께서도 오시지 않았소이까?"

윤의충이 머리를 끄덕였다.

"하지만 나는 카라차르 대도독의 승인을 받고 자진해서 온것이오. 본래의 진용은 고려군이 선봉이오."

자리에서 일어선 윤의충의 목소리가 굵어졌다.

"당신은 한수를 건너 총사령 바얀의 진막으로 가시오. 이제부터 고려군의 지휘는 부사령이 맡소."

대도독의 명인 것이다. 어금니를 문 이도명이 머리를 숙였고 윤의충을 따라 제장들이 나가자 진막 안에는 이도명 혼자만이 남았다.

진막 밖으로 나온 부사령 한석기에게 장군 최경부가 다가와 섰다.

"대장군, 어찌 하시려오?"

"어찌하다니? 무슨 말인가?"

"상장군 이도명을 바얀 총사령의 진막으로 보내는 일 말이오."

"대도독의 명인걸 낸들 어찌하나?"

그러자 최경부가 바짝 다가섰다.

"이도명이 바얀 측근에 있게 되면 고려땅에 있을때처럼 갖은 농간을 부리지 않겠소이까? 이것은 마치 등에 뱀을 넣은 것과 같소이다."

최경부가 번들거리는 눈으로 한석기를 바라보았다.

"이곳은 전장이오. 그자는 자신을 배척한 우리 장수들을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오."

"베잔 말인가?"

"고려군과 고려국을 위해서 올시다."

한동안 앞쪽의 군사들을 바라보던 한석기가 머리를 끄덕였다.

"강화섬의 썩은 무리들이 이곳에 함께 있었다면 좋았을 것을."

진막 밖은 분주했다. 전령이 사방으로 뛰었으며 부상자는 수레에 실려 후군으로 보내졌고 장수들의 호령과 부대 이동으로 일어나는 소음이 저녁 하늘을 가득 메웠다.

기마군의 야습은 보군이 많은 이쪽에 유리했지만 장세걸은 지용을 겸비한 남송군의 장수였다.

야습에 대비하여 척후를 띄우고 경계병을 배치시키는데 장수들은 동분서주했다.

윤의충의 진막으로 감숙성 병마절도사 카라차르가 찾아온 것은 어두워질 무렵이었다.

그는 위사 백여기만 이끌고 온 것이다. 놀라면서 맞는 윤의충을 향해 웃음띤 얼굴로 그가 입을 열었다.

"곧 결전을 할터이고 그땐 이야기를 나눌 시간도 없을것 같아서."

"잘 오셨소이다."

주위를 물리친 그들은 단둘이 마주앉았다. 카라차르가 부드러운 표정으로 윤의충을 바라보았다.

"대도독, 바얀이 나와 대도독을 강 건너로 내보낸 이유를 아시오?"

"소장에 대해서는 알고 있지요."

"원제국의 입장에서 보면 소장은 공을 세워도 좋고 죽어도 좋은 몸이 올시다."

"그건 나보다는 조건이 좋소이다."

카라차르가 따라 웃었다.

"나는 유력한 황족이니 이번 정벌에서 죽어 없어지는 것이 낫다고 생각들을 하는것 같소이다."

그러자 윤의충이 정색을 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