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L]장윤섭-최호 '파랑새 새희망'
기사입력 1998년 02월 05일 15시 49분
프로농구 원주 나래 최명룡 감독은 요즘 근심으로 잠을 설치는 적이 많다.
팀의 기둥이었던 윌리포드가 심판 판정에 대한 거친 항의로 게임을 그르치기 일쑤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승부의 고비에서 소중하게 불러야 될 타임아웃이 성난 그를 진정시킬 목적으로 자주 쓰이곤 했다.
또 36세의 고령인 헤이즈마저 체력저하로 기량이 떨어져 최근엔 아예 국내선수 취급을 받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외국인 코치 브루스 팔머는 벤치에서 불같은 성격으로 욕설과 추태를 일삼아 최감독의 애간장을 다 녹였다.
이 바람에 상위권을 고공비행하던 나래는 최근 패하는 날이 잦아졌고 플레이오프 진출의 마지노선인 6위까지 밀려나기도 했다.
하지만 4일 나산과의 경기가 벌어진 원주 치악체육관에서 최명룡 감독은 모처럼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재도약의 희망을 발견한듯 보였다.
`무명 콤비' 장윤섭（張允燮．28） 최 호（崔虎．26）가 펄펄 날며 팀의 20점차 완승을 이끌었기 때문이다.
이날 장윤섭은 3점슛 2개를 던져 모두 성공시킨 것을 포함해 팀내 2위인 21득점을 올리는 물오른 슛감각을 과시했다.
수비에서도 장윤섭은 나산의 주포 조던을 거세게 몰아붙여 득점을 떨어뜨리는데 주력했고 리바운드도 6개나 잡아냈다.
최 호（3점슛 2개）도 승부가 갈린 2쿼터에만 양팀 통틀어 최다인 10점을 몰아넣는 등 18득점을 퍼부으며 제몫을 다했다.
나래는 이들 듀오가 돌림노래라도 부르듯 골망을 흔든데 힘입어 3쿼터 중반 25점차까지 리드, 일찌감치 승리를 예약할 수 있었다.
윌리포드（10득점） 헤이즈（11득점）의 부진 속에 이날 `무명초'의 진가는 더욱 빛을 발했다.
최명룡 감독은 "국내선수들의 분발이 그어느 때보다도 요구되는 시점이다. 장윤섭 최 호가 이같은 바람에 부응해 줘 믿음직스럽고 앞으로도 기대가 크다"고 치켜세웠다.
[김종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