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일본인 보신 관광객 급증
기사입력 1998년 02월 05일 15시 49분
일본인 보신 관광객들이 몰려오고 있다.
호황기 때 한국인들이 태국으로 뱀탕을 먹으러 간 것처럼 일본인들이 불황을 맞은 한국으로 보신하러 오는 것이다.
경기도 양평군 용문면 용문산 입구에 늘어선 20여개 뱀탕집들은 IMF 한파가 시작된 지난해말부터 매달 100여명의 일본인 관광객들을 맞고 있다.
용문산 민속건강원의 경우 최근 들어 한국인 손님은 절반 이상 줄었으나 일본인 관광객의 증가로 매출 증대를 누리고 있다.
일본인들은 2만∼3만원짜리 뱀을 고아 먹는 내국인들과 달리, 한 사람이 20만원짜리 뱀을 50마리씩 고아 간다는 것이다.
주인 장경석씨（50）는 "지난달에는 한국인 손님이 단 한명도 오지 않았지만 일본인 관광객이 늘어 문 닫을 위기를 모면했다"며 "한 일본인 손님은 백사 2천만원어치를 고아 가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강원집, 김중위 건강원 등 용문산 입구의 다른 뱀탕집도 상황은 마찬가지.
김중위 건강원의 김중위씨는 "일본 관광객의 경우 과거에는 돈많은 사업가가 주류를 이뤘으나 요즘에는 환율이 올랐기 때문인 지 자영업자, 요리사, 샐러리맨 등 중산층도 많이 온다"며 "일본인들 사이에서 한국 뱀탕 관광이 그만큼 보편화됐다는 얘기가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일본인들이 한국의 뱀을 먹기 위해 현해탄을 건너오는 것은 일본에 비해 맛과 영양이 뛰어난데다 먹기도 좋고 값도 싸기 때문.
나고야에 집중된 일본 뱀탕집의 경우 뱀을 굽거나 삶아 팔기 때문에 웬만큼 비위가 좋지 않으면 입에 대기조차 힘든데다 가격도 비싸다.
반면 한국의 뱀탕은 수십마리의 뱀을 4시간 이상 푹 고아 농축액으로 건더기 없이 국물만 훌훌 마시면 돼, 먹기 편한데다 팩에 싸 가면 몇달간 두고두고 마실 수 있다는 것.
서울 P호텔의 안모씨는 "환율 상승으로 왕복 항공료를 제하고도 일본에서 사먹는 것보다 한국에서 사가는 것이 싸, 뱀탕 관광에 관심을 갖는 일본인 관광객이 부쩍 늘어 용문산 입구 뱀탕집으로 몇번 안내한 적이 있다"며 "모범택시를 타고 가 수백만원어치의 뱀탕을 사가는 일본인들을 보면 외화벌이에 한몫한다는 자부심을 느끼면서도 한편으로는 씁쓸한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일본인들이 돌아가 한국의 뱀탕이 최고라는 소문을 내 더 많은 사람들이 찾을 수 있도록 맛과 친절 서비스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용문산 입구 뱀탕집 주인들은 입을 모은다.
[양평=정경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