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청춘일기] (5)고소영-사람사귀는 것이 취미
기사입력 1998년 02월 05일 15시 49분
오늘 마지막회니까 내가 연예계에 데뷔하면서 친했던 사람들, 그리고 지금 하고 있는 KBS드라마 `맨발의 청춘' 이야기를 해야겠다.
93년말부터 94년말까지 나는 MBC FM에서 `고소영의 FM데이트'란 생방송 저녁프로를 했다.
이 프로의 진현숙PD 언니와는 죽이 잘 맞았고, 방송 끝나면 MBC근처 포장마차에서 꼼장어도 먹고 소주도 홀짝였다. 고백할 것은 방송전에도 호프집에서 언니와 맥주를 마셔 음주방송을 했다는 사실. 순발력이 있어서 그날 방송은 잘 넘어갔지만, 다음날 선곡할때 전날 무슨 노래를 틀었는지 하나도 몰라 언니와 나는 깔깔대고 웃기도 했다. 그렇지만 이 프로는 당시 청취율이 최고로 나와 라디오국장님이 나를 귀여워해주셨다.
이 프로를 하면서 나는 가수들을 많이 사귀었다. 김원준은 동갑이라 친해졌고, 신승훈 김건모오빠는 패널로 자주 나와줬으며, 김현철오빠는 내 다음 프로 `밤의 디스크쇼'를 진행했다. 그리고 `엄마의 바다'를 같이 했던 이창훈오빠, `행복의 시작'을 했던 손지창오빠….
참 지창오빠에게는 결혼발표를 한날 낮에 첫 축하전화도 해주었다. 물론 `속였다고' 나한테 혼났지만.
언니얘기를 빼놓을 수 있나. 제일 먼저 친했던 사람은 이승연언니다. 승연언니는 내가 DJ한 `FM데이트'의 바통을 받은 인연으로 알게됐다. 솔직하고 당당한게 나와 똑같았고, `필'이 통해 그날로 우린 전화번호를 주고 받았다. 승연언니는 싹싹하고 매너도 좋아 참 부러웠다.
다음은 최진실 언니다. 2년전쯤일까, 진실언니는 처음 나를 `인사안했다'고 안좋아했다. 일부러 그런건 아닌데. 그러다가 우연히 강남의 한 음식점에서 만났는데, 남자같은 화통한 성격이 딱 맞아 그날로 전화번호를 교환했다.
다음 전화수다꾼 상대인 김혜림언니, 너무 예뻐서 질투가 나는 황신혜언니, 착하고 예쁜 엄정화언니.
신혜언니와는 가끔씩 강남백화점에 쇼핑갔다가 마주치곤 하는데, 핀이나 가방 액세서리를 짚는 눈이 똑같았다. 나중 알고보니 각자의 집에 똑같은 물건이 꽤 많았다.
정화언니의 노래는 `눈동자'부터 `배반의 장미'까지 다 내 18번이다. 특히 나도 `한춤'하지만 `배반의 장미'는 정화언니로부터 직접 춤을 전수받았다.
이밖에 혜수언니,`숙희'를 같이 한 은하(심은하)도 친했다.
얘기를 끝내기 전에 내가 하는 드라마인 `맨발의 청춘' PR도 해야지.
배용준씨(한살 위인것 같은데 아직은 `∼씨'라고 부른다)는 하고싶었던 상대역이었고, 촬영 첫인상도 참 좋았다.
청담동 리케이온이란 어학원 현관앞을 나오는데 때마침 꽁꽁 얼어붙은 빙판길에서 용준씨가 나를 잡아주다가 자기가 엉덩방아를 찧었다. `조심해∼'한건 자긴데, `어이쿠∼'도 자기라니. 오 갸륵한 희생정신.
촬영중에 `공연자중 한사람이 순직'한 사건도 일어났다.
3일 `맨발∼'을 본 사람은 알겠지만, 내가 데리고 있는 귀여운 시쥬종 강아지 한마리가 과도한 촬영으로 죽은 것이다. 극중 나와 배용준씨를 맺어주는 매개체였는데, 수많았던 NG의 고통을 못참은 것이다.
스태프 배우들 모두 안타까워했지만, 극중 주인인 나는 그날 펑펑 울었다. 이 강아지에게 KBS연말 연기대상 특별상은 꼭 주어야할 것이다.
그동안 두서없는 글, 잘 읽어주신 독자여러분 고마워요. 혹 잘난체 한 부분 이해하시고요. 자신감도 있지만 겸손함도 잃지않는 연기자가 될거예요. 참 `맨발의 청춘' 많이 봐 주세요.[끝]
※다음호부터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의 스타 한석규편이 연재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