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여옥의 야구세상] 연봉제는 진짜 프로를 만든다
기사입력 1998년 02월 04일 15시 37분
다나카 가쿠에이와 더불어 일본의 80년대를 대표하는 인물로 손꼽혔던 일본의 가수 야마구치 모모에에게는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다.
일본의 가수들은 무슨 상을 받았다하면 고장난 수도꼭지처럼 울어대는데 한국계인 모모에는 단 한차례도 운적이 없다.
언제나 냉정을 잃지 않은 자세로 유명했다.
그런 점을 두고 약혼자인 미우라가 피도 눈물도 없는 여자라고 놀렸다.
그때 모모에는 이렇게 대답했다.
"프로니까요."
물론 약혼자는 `프로는 피도 눈물도 없다는 말인가'하며 복잡한 심정으로 되뇌었다고 한다.
사실은 그렇다.
프로에게는 피도 눈물도 없다.
프로페셔널에게 있는 것은 바로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이며 처절한 노력의 대가도 `몸값'을 과연 얼마나 챙겨 받는가 하는 점이다.
올해 각 구단 선수들의 몸값이 발표되었다.
도표로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된 기사를 나는 비상한 흥미를 지니고 보았다.
올해 누구는 얼마가 올랐고 누구는 깎였고 누구는 그나마 재계약을 하지 못해 `일당 선수'로 떨어지고 말았구나 하고 중얼거리며 꼼꼼히 그 표를 따져보았다.
그러면서 내가 느낀 것은 역시 `프로는 다르구나'였다.
영원한 승자는 절대로 없다는 것이었다.
다시말해 이름값에 의해서 연봉이 올라간 선수는 단 한사람도 없었다.
얼마를 때렸고 어떻게 몸값을 해낸 것에 대한 정확한 계산에 의해서 연봉이 결정되었다.
단 한명도 `잘 나갔던 그때 그사람'으로 대접을 받은 선수는 없었다.
오로지 에누리없는 기록에 의해 그 연봉이 정해진 것이었다.
두 번째는 연봉제는 곧 스타시스템을 예고하고 있었다.
이 어려운 IMF시대에 우리 야구선수들의 외국행이 러시를 이루고 있다.
때문에 "스타 없는 야구가 정상적인 인기를 모을 수 있을까"하는 우려가 있었다.
그렇지만 프로스포츠에서 스타는 자동생산된다.
마치 컨베이어 벨트처럼 새로운 스타가 기다렸다는 듯이 등장하는 것이다.
올해 연봉계약을 보면 우리는 예고된 새로운 스타를 만나게 된다.
그리고 또 한가지.
우리 프로야구는 이 IMF시대에 해답을 제시하고 있다.
그동안 한국의 기업, 회사의 특징은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이 오히려 손해보는 체제였다.
가만히 복지부동하는 사람은 당연히 실수도 하지 않아 `네거티브 시스템'에 의해 승진이 되고 열심히 일하는 사람은 설거지까지 도맡다보면 접시를 깨게 마련인데 이런 사람들이 결코 잘되는 일이 없었던 것이 우리사회 조직의 특성이었다.
그렇지만 프로사회에서는 `벤치워머'보다 도전하고 접시깨고 문제를 일으킨 사람을 당연히 평가한다.
이것이 프로들의 방식이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사회에서는 연봉제의 도입문제를 놓고 말도 생각도 많다.
나는 연봉제가 단점보다는 장점이 훨씬 많은 제도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도 우리 조직을 아마추어에서 프로페셔널로 만들어 줄 것이기 때문이다.
프로야구의 룰을 따라가면 IMF위기에도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테니 말이다. [방송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