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성의 풍속사] (30)혼전 성관계
기사입력 1998년 02월 04일 15시 37분
혼전 성관계 문제로 고민하는 미혼여성이 적지 않다.
최근 서울 여성의전화에 따르면 "작년 한해 동안 실시한 7천1백33건의 상담을 내용별로 분류했는데, 이가운데 미혼여성 문제로 고민하는 여성의 25％가 혼전순결, 16％가 혼전임신 문제로 고민하고 있다"는 것이다.
상담소 관계자는 "신세대 남성들도 애인이나 부인의 과거에 대해 매우 보수적인 반응을 나타내고 있으므로 과거는 숨기는게 현명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어쩌니저쩌니 해도 우리사회는 아직 남성위주의 보수주의가 지배하고 있는 사회인 것이다.
`일본인과 에로스'（도서출판 고려원）는 요바이라는 옛날 일본의 흥미로운 성풍속을 들려준다.
요바이란 남자가 여자의 잠자리에 몰래 숨어들어 몸을 섞는 행위를 말한다. 요바이는 구혼 혼인을 의미하는 일본의 고어지만 원래의 뜻과는 상관없이 남자들이 결혼의무 없이 여자를 범하는 풍속일 뿐이었다.
딸을 둔 부모들은 동네 사내들이 딸을 요바이해도 모른체 했다. 여자가 먼저 사내들에게 `나 오늘밤 한가해요'라며 꼬리치는 경우도 있었다. 과년한 딸년이 밤손님을 맞지 못하면 부모들은 딸에게 신체적인 문제가 있나싶어 걱정했다. 처녀는 물론, 과부, 소박맞은 여자들도 요바이의 대상이었다.
마을마다 `구멍동서'들이 넘쳐흐르지 않았나싶다.
`요바이의 민속학' 등의 저서를 남긴 민속학자 아카마쓰 게이스케는 "요바이는 사적인 행위가 아니라 무라（村）의 공적성격을 띤 행위로서 공동체의 일체감 조성에 기여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섹스행위를 통해 동네 사내와 한몸이 되고, 한걸음 더 나아가 촌락공동체의 유지 및 발전에 기여했다는 얘기다.
일본사회가 요바이를 반문명적 행위로 간주한 것은 메이지유신 이후였다.
1562년부터 34년간 일본에서 선교활동을 했던 서양인 루이스 푸로이스도 `유럽문화와 일본문화'라는 저서에 "일본여성들은 순결을 조금도 중시하지 않고 시집만 잘 가더라"고 기록하고 있다. 16세기 일본여자들은 결혼과 순결을 별개로 생각했던 것이다.
그런가하면 에도시대 유곽에서는 처녀매춘부보다 섹스경험이 많은 유녀들이 인기였다. 우리 한량들이 기생 가운데서도 처녀기생인 동기（童妓）를 밝혀 머리를 얹어주던 풍습과는 천양지차다.
특히 매독에 걸렸다 치료된 유녀들은 최고의 인기를 누렸다. 한번 매독에 걸린 여자는 저항력이 강해져 재발하지 않는다는 속설 탓이었다. 반면 유녀들 사이에서는 수총각을 얼마나 많이 잡았느냐가 자랑거리였다. 수총각과는 하면 할수록 재수가 짝짝 붙는다는 미신이 있었던 것이다.
과거 일본인들이 여성의 처녀성을 그리 문제삼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왈가왈부할 이유와 근거는 하나도 없다. 상투적인 말로, 문화란 어차피 상대적인 것이므로 다 나름의 이유가 있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