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대통령 전용차를 국산차로
기사입력 1998년 02월 04일 15시 37분
대통령에 취임할 날도 이제 20일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그때는 대통령 전용차를 국산차로 바꿔주세요.
당선자께서는 역대 대통령들과 입장이 다릅니다. 헌정 사상 처음으로 여야간 정권교체를 이룩했고 경제위기 속에서 나라를 구해야 하는 어려운 과제를 안고 집권하는 것입니다.
다른 대통령들처럼 다소 여유가 있는 국고가 아닌, 빚문서로 가득한 국고를 인수받는 대통령이지만 경제를 회생시킬 것으로 국민들은 기대하고 있습니다.
당선자께서는 대통령선거가 끝난 직후부터 나라경제를 살리기 위해 밤잠도 못자고 고민하고 계십니다. 경제관료와 도시락을 들며 경제문제를 상의하는 당선자의 모습은 국민들의 눈에 참으로 아름답게 비쳐졌습니다. 직장마다 도시락 점심이 유행으로 번졌고 국민들은 너나없이 근검절약하며 나라살리기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나라빚을 갚기 위해 장롱속의 금과 외화를 꺼내는가 하면 헌옷가지와 고철까지 수집창구로 속속 들고 나가고 있으며 국산품을 애용하고 기름을 아끼기 위해 승용차를 집에 두고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대통령 전용차인 링컨 콘티넨탈 리무진은 아직도 바뀌지 않고 있습니다. 역대 대통령들은 전용차가 마치 권위의 상징이라도 되는양 외제차를 이용했습니다.
외국의 원수들은 대부분 자국차를 전용차로 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링컨 콘티넨탈 리무진이나 캐딜락 리무진을, 독일은 벤츠600, 프랑스는 시트로엥, 일본은 닛산 프레지던트를 타고 있으며 우리나라보다 자동차 생산이 적은 영국도 자국차인 롤스로이스나 다임러를, 이탈리아는 마제라티, 러시아는 질 리무진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자동차는 쿠바에서도 굴러다닐 정도로 지구촌 곳곳에 보급돼 있습니다. 미국, 일본, 독일, 프랑스에 이어 세계 5대 자동차 생산국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국산차 업체들은 이제 대통령 전용차 정도는 충분히 만들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이미 리무진차도 생산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방탄유리만 장착하면 대통령 전용차로 모자람이 없을 것입니다.
IMF한파로 국내 자동차업계는 침체의 늪에 빠져 있습니다. 이미 2개 업체가 부도가 났고 간간이 생산을 중단하는 업체들도 있어 올해의 자동차 생산량은 마이너스 성장이 우려되고 있습니다.
이런 때에 대통령 전용차를 국산차로 바꾸면 자동차 업체들의 사기가 크게 진작될 것입니다. 자국 대통령이 타주는 차와 타주지 않는 차의 차이는 큽니다. 자국 대통령이 타주지 않는 차를 남의 나라 사람들에게 팔아 5대 생산국 소리까지 듣고 있는 업계로서는 수출활동에 큰 힘이 될 것입니다.
당선자께서는 칼국수를 먹으며 외제차를 타는 대통령과 다른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국민들은 기대하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