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저] 내린천 카야킹 '모험'
기사입력 1998년 02월 04일 15시 37분
4일 오전, 강원도 인제군 기린면 현 5리.
살을 도려내는 듯한 강원도 산골의 매서운 추위에 꽁꽁 얼어붙은 내린천에 난데없는 카약 한 척이 떴다.
내린천은 물살이 세고 수질이 깨끗해 국내 최고의 '래프팅(급류타기) 명소'.
하지만 그건 여름철의 얘기다.
한겨울 칼바람이 기승을 부리는 내린천에 썰매가 아닌 카약을 타고 뛰어드는 것은 무모하다기보다 미친(?) 짓.
그러나 이 카야커는 얼음을 깨가며 익숙한 솜씨로 노를 저어나갔다.
이 정신 나간 사나이는 이상용씨(31．내린천래프팅연합회장).
내린천 토박이인 그가 엉뚱하게도 얼어붙은 이 강에 카약을 타고 나타난 것은 수몰 위기에 몰렸던 '한국 최후의 비경' 내린천이 정부의 댐건설계획 백지화 발표(1월 30일)로 되살아난 것을 기념하기 위한 것이었다.
피아시계곡 바로 아래에 댐을 세우겠다는 내린천댐 건설 계획이 구체화된 것은 지난해 4월.
기린면 일대가 물에 잠기는 것은 물론, 천혜의 경관을 자랑하는 내린천도 지도에서 사라지게 되는 엄청난 참극(?)을 막기 위한 주민들의 투쟁이 시작됐다.
이상용씨는 내린천의 아름다움을 알려 보존 여론을 조성하는데 주력했다.
지난해 한탄강서 열린 제1회 전국래프팅대회에 내린천 연합팀을 구성해 출전한 것도 내린천의 존재를 알리기 위한 방편이었다.
이상용씨의 내린천 사랑이 남다른데는 고향이라는 것외에도 사연이 있다.
할아버지 이종구씨 등 선조들이 오대산 방태산 등에서 벌목한 나무를 뗏목으로 엮어 물길을 따라 서울로 옮겨다 파는 목상(木商)이었다.
그의 가문에 있어 내린천은 삶의 터전이자 애환이 서린 곳.
군수가 삭발까지 하는 등 인제 군민 전체가 똘똘 뭉친 투쟁 덕분에 내린천은 마침내 새생명을 얻어 이상용씨로서는 조상을 뵐 면목이 생긴 셈이었다.
이날 오전에 시작된 기념 카야킹은 5시간여동안 23㎞를 노저어 피아시를 지나 합강 부근에서 끝났다.
본의 아니게 국내 제1호 겨울 내린천 카약 탐험의 기록을 세운 이씨는 몸에 붙은 얼음덩이를 털어내며 "내린천이 새생명을 얻은만큼 이곳을 지키며 환경 보호에 온힘을 쏟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인제=송철웅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