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카스배 천원전] ○권오인 2단●서봉수 9단
기사입력 1998년 02월 04일 14시 14분
제10보(155∼173)＝지금의 추세라면 올 한해 바둑계의 판도변화도 작년과 다를 것이 없어 보인다. 즉 `조－이' 사제간의 타이틀 전쟁이 주를 이루며 그 구조에 누가 끼어들어 보다 다양한 판도의 양상을 꾀하느냐가 그것.
그런 의미에서 이 판의 서 9단이나 유창혁 9단 등 정상급 기사들의 분발이 요구되며, 무섭게 정상을 향해 치닫고 있는 차세대 신예주자들의 도약이 절실히 기대되고 있다. 또한 이 판의 권 2단과 같은 전혀 예상치 못한 `복병'들의 돌풍 또한 올 한해 우리 바둑계를 더욱 풍요롭게 할 것이다.
56까지 피차 내친 걸음. 결론적으로 흑은 중앙으로 탈출한 백말을 잡을 수 없는 모습이다. 그것은 57 이하에서 여실히 보여준다. 잡는 것은 둘째치고 66까지 오히려 중앙 흑 여섯점이 비명횡사하는 참극이 벌어졌다. 그렇다면 흑의 속셈은 뻔해진다.
자기 말을 다섯점이나 희생하면서 흑이 노리는 것은 좌상의 거대한 백말의 사냥이다.
그러나 그와 같은 흑의 작전수립은 자의적인 것이 아니라 부득이한 조치이자 흐름이었다. 전보에서 백 @로 중앙 석점을 달아나려고 했을 때 이미 이 판의 운명은 그렇게 흐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즉 흑 57로 지금 와서 [참고도] 흑 1로 연결하는 것은 백 2∼6까지 된 다음 A와 B가 맞보기로 어차피 흑이 안된다.
66까지 이제 흑은 좌상 백말을 잡지 못하는 한 실리 면에서 턱없이 부족한 상태. 이 대마의 사활이 곧 승부처로 떠오른 국면이다. 흑 67이 백의 근거를 송두리째 없애는 급소. 71까지 근거를 빼앗기자 백은 그제서야 뭔가 후회막급이다. 애초 언제라도 72나 `가'를 선수할 수 있었는데 그 수순을 빠트린 것이다.
뒤늦게 백은 72를 두었으나 흑 73이 필살의 역습이었다.
[해설．김재구 8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