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 안과의사 3인 공동수술실 개원
기사입력 1998년 02월 03일 15시 54분
수술 장비 1대에 의사는 3명.
안과 전문의 3명이 손을 잡고 IMF 파도를 넘고 있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의 은성플라자 3층 복도끝에는`간판 없는' 수술실이 있다.
평소에는 텅 빈 방이지만 수술이 있는 날에는 의사 3명이 모여 라식 수술을 한다.
난시는 물론, 원시까지 시력을 교정하는 라식 장비는 1대 값이 무려 6억∼10억원에 이를 만큼 엄청나게 비싸지만 요즘은 웬만한 안과마다 `필수'로 갖추고 있다.
그러나 안과마다 라식 수술을 받는 환자는 그리 많지 않다.
결국 귀중한 달러로 외국의 생산업체에 좋은 일만 시키는 셈이다.
분당의 안과 전문의 홍기영씨（44．홍안과 원장）, 조성기씨（44．조성기안과 원장）, 정보원씨（40．정보원안과 원장）는 지난해 2월 10억원을 들여 라식 장비를 공동으로 구입했다.
세 사람은 칼이나 가위처럼 값싸고 자주 쓰는 물건이라면 몰라도 가끔 쓰는 값비싼 장비를 따로 갖고 있을 필요가 없다는 데 의견을 모았으나 문제는 어느 병원에 두느냐는 것이었다.
그러나 해결책은 금방 나왔다.
이들의 병원이 각각 야탑동과 금곡동, 수내동에 흩어져 있어 세 병원의 한복판인 서현동에 `수술방'을 공동으로 임대한 것.
라식 수술을 할 때는 시술하는 의사, 수술을 돕는 간호사, 컴퓨터 모니터를 하는 간호조무사 등이 투입되지만 이들은 수술시간에 모여 공동 작업을 한다.
수술을 맡지 않은 나머지 전문의 2명이 간호사와 간호조무사 역할을 하는 것이다.
대학병원보다 화려한 `캐스팅'으로 환자에게 `극진한' 서비스를 하는 셈이다.
셋이서 공동 구매를 하다 보니 라식 장비 가운데 가장 첨단 기능을 갖춘 기종을 고를 수 있었던 것도 장점이다.
"각각 장비를 샀더라면 어쩌면 지금쯤 병원 문을 닫았을 지도 모릅니다."
값비싼 의료 장비는 리스 금융을 이용해 사는 게 관례여서 요즘처럼 환율이 치솟는 상황에서는 추가 부담이 2배이상 늘어나게 마련이다.
실제로 IMF 한파가 몰아치고 환자가 줄어들어 병원들이 의료장비 리스 대금을 갚지 못해 허덕이는 실정에서 `분당의 라식 3총사'는 새로운 `IMF 극복 전략'을 보여준 셈이다.
[김승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