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성의 풍속사] (29)훔쳐보기
기사입력 1998년 02월 03일 15시 54분
대법원 민사2부는 지난달 30일 여관 담벽에 올라가 여관방을 엿보다 담벽이 무너지는 바람에 숨진 석모군 유족이 여관주인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여관측에는 배상책임이 없다"고 판시했다.
석군은 지난 95년 K여관 옆을 지나다 1.5m 높이의 담벽에 올라가 여관방 안을 엿보다 담벽이 무너지는 바람에 숨졌다.훔쳐보기를 하다 생명을 잃고 손해배상도 못받게 된 것이다.
18세기말 19세기초 파리의 부르주아들은 고급창녀의 집인 세라이유레서 온갖 쾌락을 즐겼다.특히 세라이유에는 훔쳐 보기 방(房)이 있었다.방에는 변태성욕자와 섹스가 불가능한 늙은 손님을 위해 옆방의 섹스장면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장치가 돼있었다.
손님들은 몰래 카메라 같은 두 눈을 번득이며 다른 손님과 창녀가 성교하는 모습을 즐겼던 것이다.세라이유의 창녀들은 '미모의 영계'들이었다.창녀들은 옛날 우리나라 기생들이 그러했듯이 고상하고 품위가 있었다.창녀들은 예의범절이 깍듯했으며 언행 또한 고상하였다.
창녀들이 고급인만큼 세라이유도 궁전 수준이었다.일류 건축가들이 설계한 건물,로코코풍의 가구,대형홀,대형 식당,일류 요리,은쟁반,고가의 도자기,대리석 대형 욕실,비단깃털로 만든 이불 등등. 이 모든 것이 베르사유궁전의 사치를 고스란히 본떠온 것이었다.
'마담 구르댕의 집'은 세라이유 중에서도 유명했다.그르댕 부인은 핌프노릇과 병행해 성기구도 팔았다.콘돔,가죽으로 된 모조 페니스,최음제,실제사람 크기의 여자인형 등등.춘화나 포르노소설 정도는 기본이었다.
세라이유의 단골들은 부호 귀족 상인 여행자였다.창녀는 손님이 하자고만 하면 아무거나 다했다.이번엔 1850년대의 서민용 파리유곽을 찾아가보자,
서민들이 찾던 이시대의 창녀촌에도 훔쳐보기를 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돼 있었다.창녀의 침실에는 예외없이 거울이 걸려있었다.그 거울이 옆방을 훔쳐 볼 수 있는 창(窓)역할을 했다. 그 훔쳐보기 방을 일컬어 사람들은 '거울방'혹은'들여다보는 방'이라고 했다.
이런 사창가는 세라이유와는 달리 육체만을 매매하는 소굴이었다.대화도 음식도 술도 없었다.손님들은 창녀와 함께 힘차게 침대로 달려갔다가 힘없이 걸어나올 뿐이었다.
창녀집은 나날이 전문화돼갔다.사디스트와 마조히스트 전용 유곽이 나타났다.여성전용 동성애 유곽이,남색전용의 유곽이 들어섰다.당시 파리에는 창녀집이 2천채 이상 있었으며 창녀만도 3만여명이었다.
어쨌거나 사고방지를 위해 우리나라에 '들여다보는 방'을 만들 수도 없고,조심하며 살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