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카스배 천원전] ○권오민 2단●서봉수 9단
기사입력 1998년 02월 03일 15시 54분
제9보(137∼155)＝권 2단은 1차예선에서 파죽의 3연승을 거두고 2차예선에 올랐다. 추첨 결과 1회전 `부전승'의 행운까지 따라주어 지금 서 9단과 대면 중이다. 서 9단은 1회전에서 숙적 장수영 9단을 제압하고 올라왔다.
왕년에 한시대를 풍미했던 그 답게 지금까지 노련하게 판을 운영하며 줄곧 우세를 지켜왔고 이제 판을 마무리할 단계만 남은 국면.
그런데 갑자기 서 9단의 어깨에 힘이 들어가는 수가 튀어 나왔으니 흑 37이 그것이다. 전보에서 언급했듯이 이 수로 38에 지켜두었으면 다음 흑 `가', 백 `나'로 될 자리이므로 이곳에서 20집을 상회하는 `보가'를 확보할 수 있었다.
그랬으면 국후 권 2단의 소감처럼 어떻게 변화해도 흑의 `반면 10집'우세는 부동이었을 것이다.
크기로 따지자면 37의 곳도 38의 곳에 못지 않은 큰 곳이다. 그 차이점은, 흑 37은 아직 불확실한 큰 곳인데 반해 흑 38은 변화의 여지가 없는 큰 곳이라는 점이다. 그것에 관해서는 이후 진행이 대변해준다.
백 38이 놓이자 흑 39 밀어올림이 불가피해 졌다. 그러자 백은 42까지 잡혀있던 아군의 돌을, 그것도 선수로, 모두 구출해 냈다. 한마디로 20여집이 날 흑집을 선수로 `공배화'시키는 대전과를 올린 백이다.
이어 백 46도 날카로운 잽. 흑 47 보강이 불가피할 때 백 48로 이젠 보따리까지 내놓으라는 기세다. 만약 이 수로 중앙 백 석점까지 살아간다면 흑으로선 `상황 끝'임은 불문가지.
흑 51은 어쩔 수 없는 결단. X참고도〉 흑 1로 뚫어 중앙 석점만 잡자고 하는 것은 이미 때가 늦다. 6까지 패는 흑이 감당할 수 없는 천지대패. 어쨌든 55까지 `잡느냐 사느냐'의 백병전이 불가피해 졌고 승부는 한치의 앞도 알 수 없는 안개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해설．김재구 8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