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공화국] 태초의 혼란(4)
기사입력 1998년 02월 03일 15시 54분
오랜만에 뛰놀 수 있는 `터'를 만난 킹과 까미, 장쇠와 징기스칸은 처음에는 조심스레 몸을 풀더니 이윽고 뛰기 시작했다.
이들의 몸놀림으로 보아 시저는 물론 시저가 애타게 기다리는 바우와 맞붙어도 조금도 밀리지 않을 것 같았다.
시저에 이어 교대로 간이방사장에서 운동을 한 이들은 약속이나 한 듯이 시저의 방 앞을 지날 때 방문을 `쾅' 소리가 나게 차고 지나갔다.
수적으로 우세한 데다 당장 붙어도 이길 수 있다는 자신을 보이며 시저의 기를 죽이려는 포석이었다.
물론 문을 찰 때마다 시저도 뒤지지 않고 고함을 지르며 문을 부술 듯이 대항했지만 확실히 처음보다는 기가 죽은 게 분명했다.
그러나 시저의 고난은 그리 길지 않았다.
바로 다음날 그렇게 애타게 기다리던 바우가 돌아온 것이다.
동물들의 파워게임을 지켜보던 사육사들이 시급히 바우를 투입한 것이다.
물론 철저하게 격리하는 만큼 싸움이 일어나지 않겠지만 `기(氣) 싸움'에서 승패가 판가름나면 사파리의 흥미가 없어지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사육사도 사람인지라 다만 며칠이라도 더 본 바우와 시저 등 `본토파'가 초대 챔피언으로 사파리를 장악하기를 바랐다.
`카앙∼.'
사파리에 복귀한 바우의 첫 포효는 아파트 전체를 뒤흔들었다.
과연 사파리의 왕으로 등극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기개였다.
두툼한 앞발에 적당히 굵게 빠진 몸매, 상처 하나 없는 말끔한 얼굴….
급히 퇴원을 하느라 앞발의 상처가 다 낫지 않아 조금 불편해보였지만 누구도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위엄이 있었다.
바우는 방에 들어서자마자 사태를 `정리'했다.
양쪽 벽을 돌아다니며 이웃집 `애들'을 꾸짖었다.
바우의 출현에 뜨끔한 표정을 짖던 킹과 까미, 장쇠와 징기스칸은 처음에는 같이 소리를 지르며 대항하는 듯했지만 곧 잠잠해졌다.
자신들이 상대할 적수가 아니라는 것을 직감적으로 깨달은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