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일성의직격인터뷰] LG김재현-OB김동주
기사입력 1998년 02월 02일 15시 08분
초등학교부터 무려 16년간 라이벌 싸움을 벌여온 LG 김재현（23）과 OB 김동주（22）. 아마에선 우열을 가리기 힘들었지만 이제 프로무대에서 만나 진정한 승부를 펼치게 됐다.
둘다 힘을 앞세운 엄청난 파워히터들. 지난 94년 김재현은 LG, 김동주는 고려대를 선택함으로써 4년간 미뤄졌다가 올시즌 다시 이뤄진 둘의 맞대결은 벌써부터 팬들을 흥분시키고 있다.
공교롭게도 LG OB는 서울을 연고로 하는 `한지붕 라이벌'팀. 프로 선배의 자존심이 있다며 한사코 인터뷰를 사양한 김재현을 설득시켜 하일성 본지 해설위원이 한자리에서 만나봤다.
하일성 해설위원（이하 하）:어렸을때부터 서로 잘 알고 있다고 들었는데.
김재현（이하 현）:내가 성동초등학교, 동주가 중대초등학교를 다녔는데 아직도 동주에 대한 기억이 생생하다. 얼굴은 앳된 편이었지만 몸은 20대 중반처럼 기골이 장대했다.
김동주（이하 주）:재현이는 굉장한 타자였다. 한번은 장충구장에서 열린 OB기 리틀야구 선수권대회를 관전했는데 홈런친 공이 도로 밖까지 나가는 걸 봤다.
하:둘이 라이벌이란 평가에 대해서는.
현:사실 라이벌이란 생각은 별로 하지 않았는데 요즘 주위에서 자꾸 말하니까 은근히 의식이 되더라.
주:재현이는 내가 배워야 할 선수고 넘어야 할 산이라고 생각한다.
하:김재현이 프로에서 뛰는 걸 본적이 있는가.
주:많이 지켜봤는데 재현이가 신일고에 다닐 때처럼 했으면 더 잘했을 거다. 당시 테크닉에 관해서는 재현이를 이길 선수가 없었다. 고교때 워낙 잘 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프로에서의 활약이 덜 돋보이는 것 같다.
현:어떻게 보면 칭찬같기도 하고 한편으론 프로에서 열심히 안 했다는 소리로 들린다（웃음）. 동주는 일단 내 재능을 높이 평가한 것 같다. 고교졸업후 막바로 프로에 들어와 야구를 너무 쉽게 알았다. 정신상태가 약간 헤이했던 것도 사실이고.
하:프로는 아마와 어떤 점에서 차이가 나는가.
현:상당히 큰 격차가 있다. 프로는 일단 데이터의 야구를 한다. 한 바퀴 돌면 투수들을 집중 공략할 수 있는 방법이 생긴다. 그만큼 연구하기 때문이다.
주:아직 시즌에 들어가진 않았지만 분위기가 틀리다는 것을 실감한다. 아마때는 붙잡아두고 일일이 가르쳐주지 않지만 프로에선 집중적인 조련을 한다. 부족한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하:작년 LG가 한국시리즈에서 해태에 패할 때 뛰지 못해 마음이 아팠을 텐데.
현:어떤 때는 너무나 야구가 그리워 잠실구장 한 구석에서 지켜볼 때도 많았다. 작년 한해는 좋은 계기가 된 것 같다. 내가 야구를 진정으로 좋아한다는 걸 깨달았다.
하:고교때와는 달리 대학에선 사실 기대에 못미쳤는데.
주:주위의 문제도 있었고 내 자신의 문제도 있었다. 부모님이 헤어지시면서 집안이 어수선해 정신적인 방황을 많이 했다. 모든 게 귀찮았고 약 3개월간 야구와 인연을 끊었다. 이 3개월간이 꼭 30년처럼 길게 느껴졌다.
하:프로에서 어떤 선수로 남고 싶은가.
현:우선 팬한테 사랑을 받아야 한다. 팬에게 강하게 어필할 수 있는 선수, 후배에겐 모범이 되는 선배가 되고 싶다. 또 한국야구의 발전에도 기여했으면 한다.
주:은퇴한뒤 `그 선수는 참 잘했어'라는 소리를 듣고 싶다.
하:야구 이외의 시간은 어떻게 보내는지.
주:당구를 치기도 하고（250점） 주로 훈련이 끝나면 잠을 많이 자는 편이다.
현:쇼핑도 하고 레저도 즐기고 다양하게 시간을 보낸다. 충분히 휴식을 취해야 운동이 더 잘 되니까.
하:한번은 전 롯데 선수 정학수에게 취미를 물어본 적이 있다. 그런데 느닷없이 수상스키라고 말하더라. 그래서 왜 수상스키냐고 물어보니까 대답이 걸작이었다. 단순히 `튀어볼려고' 그랬다는 것이다（웃음）. 화제를 바꿔 자신들의 단점을 꼬집으라면.
주:성질이 급한 편이다. 공격할 때도 아무거나 치려는 습관이 있어 게임을 망친 경우가 많다.
현:나도 같은 스타일이다. 기분이 좋고 나쁘고가 얼굴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하:존경하는 선수나 야구인이 있다면.
주:고려대 김호근코치를 존경한다. 선수들을 위해서라면 자기 한 몸을 희생해서라도 반드시 도와주시는 분이다.
현:이광환 전 LG감독과 김용달 타격코치께 항상 감사드린다.
하:여자친구는 있는가.
주:결혼을 약속한 여자가 있다.
현:집안에서 7대 독자고 부모님도 장가는 천천히 가라고 해서 결혼은 30대 이후나 할 생각이다. 돈도 좀 벌어놔야 하고.
하:너만큼 버는 직장인이 어디 있느냐（웃음）. 어쨌든 개인적으로 오늘 두 선수와의 만남은 행복한 시간이었다. 5년전 둘이 고교 3학년때 동대문구장에서 나랑 인터뷰했던 기억이 나느냐. 다행스럽게 좋은 선수로 잘 자라 다시 이렇게 인터뷰를 하게 되니 감회가 새롭다. 5년후에도 인터뷰 기회가 마련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정리＝김상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