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돈의 야구보기] 연봉산정 투명성 갖춰야
기사입력 1998년 02월 02일 15시 08분
흔히들 프로는 상품이라고 한다.
그들은 특정 분야에서 최고의 능력을 발휘하기 위해 끊임없이 도전하면서 최고의 보상을 받기를 절실히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프로를 평가하는 잣대는 돈이다.
이런 의미에서 보면 한국 프로야구는 프로의 탈을 쓴 `껍데기 프로'다.
선수의 능력대로 계산이 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프로 8개구단은 연봉 계약 마감시한인 지난달 31일까지 올시즌 총 계약 대상자 474명중 449명과 계약을 마쳤다.
원만한 협상을 하지 못한 6개구단 25명의 선수는 계약 마감시간을 넘겨 보류수당을 받아야 할 처지다.
프로선수의 연봉 계약은 전년도의 성적과 당해년도의 기대치가 복합적으로 반영되는 것이 관례다.
그러나 대부분의 구단들은 추상적인 요인들을 상당히 많이 집어 넣어 연봉산정을 한다.
인상요인이 많은 선수에게는 올시즌 기대치를 빼고 계산을 하고 대폭 삭감이 요구되는 선수에게는 갖가지 이유를 갖다 붙여 형평성을 맞추려고 한다.
선수가 특정 팀에서 몇년이나 뛰면서 어떤 활약을 했는가를 감안하는 누적 공헌도를 비롯해 고졸과 대졸, 미혼과 결혼 여부 등 경기력과 상관 없는 부분들이 연봉 산정시 중요한 자료가 되고 있다.
한마디로 인정에 이끌리는 연봉 산정 방법이다.
때문에 대폭 삭감도, 인상도 없는 다분히 아마추어적인 계산 방법을 택하고 있다.
98년 연봉이 가장 많이 오른 선수는 삼성의 최익성으로 작년 연봉에서 100％가 오른 5천만원을 받게 됐다.
연습생 출신인 그는 작년 시즌 20홈런－20도루클럽에 가입하는 등 삼성이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활약상과 올시즌 기대치로 볼때 적어도 200％ 이상은 올라야 했다.
또 97년 신인왕 LG 이병규는 전게임 출전과 팀 최다안타 등 인상 요인과 함께 홍보 효과까지 합하면 큰 인상이 있어야 하는데 90％가 올라 3천800만원을 받게됐다.
작년 신인왕인 현대 박재홍이 150％가 올라 5천만원을 받은 것에 비하면 크게 뒷걸음질 한 느낌이다.
연봉 삭감에서도 마찬가지다.
연봉 1억원을 받았던 롯데 김응국은 작년 시즌 부상 등으로 62게임에 출전해 2할5푼, 22타점을 기록하는 부진함을 보였는데도 연봉이 1천만원밖에 깎이지 않았다.
또 해태에서 삼성으로 이적한 조계현도 8승9패, 방어율 3.71에 그치는 부진을 보였는데도 200만원이 삭감된 1억1천800만원에 98연봉 계약을 했다.
삭감 액수에서는 현대 김경기가 가장 많다.
그는 작년 손목부상으로 91경기에 나서 2할5푼4리, 6홈런, 51타점으로 부진해 1천500만원이나 깎였다.
그러나 순수 성적만을 가지고 하는 연봉 절대평가를 할 경우 이들은 적어도 50％이상의 삭감요인이 있는 선수들이다.
미국 메이저리그는 아니더라도 비교적 한국과 정서가 비슷한 일본은 프로다운 분명한 평가로 선수들의 연봉을 산정하고 있다.
일본 슈퍼스타로 떠오른 오릭스의 이치로는 지난 96년 연봉이 무려 2천400％가 올랐다.
프로 3년차였던 95년 시즌 공격부문 5관왕에 오르는 대활약을 펼친 이치로는 연봉 800만엔에서 2억엔으로 뛰는 일본 프로야구사상 최대의 인상폭을 기록했다.
95년 연봉 2억엔을 받던 퍼시픽리그 세이부의 명 2루수 쓰지 하츠히코는 96년 자유계약선수로 풀려 센트럴리그 야쿠르트와 무려 75％나 깎인 5천만엔에 계약을 했다.
프로는 정당한 평가속에서만 능력이 발휘된다고 한다.
연봉이 1천％ 이상 오르는 선수가 나오면 연봉인상 신기록을 세우기 위한 노력을 할 것이고 또 75％ 이상 삭감되는 시련도 겪어봐야 보다 성숙해지는 것이다.
그러면 경기력도 자연히 향상돼 보다 질 좋은, 프로다운 경기를 팬들에게 선사할 수 있게되는 것이다.
한국 프로야구의 진짜 프로다운 모습은 언제쯤이나 보여질까.
[부국장대우 야구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