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수입원산지표시 가격표로 가려 국산품 흉내
기사입력 1998년 02월 02일 15시 08분
`눈 가리고 아웅하기.'
수입품들의 원산지를 가격표로 가리는 `눈 가리고 아웅하기'식의 판매형태가 급증하고 있다.
최근 국산품을 애용하자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수입품의 매출이 극히 저조해지자 일부 유통업체와 수입업자들이 수입품의 원산지를 알수 없도록 가격표로 가리는 편법을 사용하고 있는 것.
서울 종로에 있는 K문고의 경우 필통, 연필깎이, 노트 등 일부 수입문구나 팬시제품의 원산지란 위에 가격표를 붙여 마치 외제가 아닌 양 팔고 있다.
대부분 미국, 일본 등지에서 수입된 이 제품들은 국산품과 가격차가 심해 가뜩이나 판매가 저조한데다 최근 젊은층 사이에 `수입품 사용을 자제하자'는 바람이 불면서 매출의 하양곡선은 더욱 가파라지고 있는 상태.
한 판매관계자는 "지난해 여름에 들여온 물량이 채 4분의1도 팔리지 않았다"며 "가격을 내렸는데도 매출실적이 나아지지 않아 원산지나 외국문자가 안보이도록 가격표를 그 위에 붙여 판매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이런 추세는 문구류 뿐만 아니라 잡화류나 인형류까지 퍼지고 있다.
최근 S유통업체에서 판매행사를 벌인 R수입업체도 미국산 라이터나 넥타이핀의 꼬리표 위에 가격표를 붙여 판매했으며 서울 명동 M의류점의 중국산 인형도 원산지가 가려진 채 국산품으로 둔갑해 팔리고 있다.
R사는 지난해 말 손해를 보면서도 제품가격을 내렸지만 매출실적이 나아지지 않자 재고상품을 대량으로 행사장에 내놓으면서 수입업체측이 직접 나서 원산지를 가렸다.
명동 M의류점의 직원 김모양（21）도 "요즘 들어 중국산보다 비싼 국산인형이 더 잘 나가고 있어 어쩔수 없이 이런 방법을 썼다"고 말했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일부 문구수입업체는 아예 포장을 국산품처럼 바꾸는가 하면 원산지를 알수 없도록 꼬리표를 떼어버리는 경우도 있다"고 귀띔했다.
[서태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