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석] '화합형 전무 뽑아 새출발하자'
기사입력 1998년 02월 01일 15시 36분
대한축구협회 김정남 전무（55）가 극비리에 중국 프로축구팀 산뚱（山東） 루능타이산（魯能泰山）과 감독 계약을 체결, 파문이 일고 있다.
한국축구 행정을 5년이나 이끌어온 사람이 일언반구 없이 외국팀 감독으로 자리를 옮긴 것은 비난을 넘어 충격적인 사건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그의 행동이 단지 수수께끼로 머물러서는 안된다.
여기에는 한국축구가 처해있는 현실과 그 해소책이 숨어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김씨에 거는 현 집행부의 기대가 너무 컸다. 그는 한국축구를 대표할만한 `얼굴'은 됐지만 난마처럼 얽힌 축구계를 평정할 수 있는 `가슴'은 갖지 못했다.
때문에 축구인들과 집행부의 가교역할을 하는데 한계가 있었고, 결국 다수의 축구인들로부터 배척을 당했다.
그렇게 흘러간 5년이었다.
당연히 축구인으로서 고뇌가 컸고, 거듭된 사의표명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독자행동이라는 강수를 택하게된 것이다.
집행부로선 당장은 곤혹스럽겠지만 그의 사퇴가 새로운 기회일 수 있다.
김정남이라는 `방패막이'를 걷어내고 축구인들과 진정으로 대화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기 때문이다.
그같은 집행부의 의지가 드러나는 것은 바로 후임 전무의 인선이다.
거북스럽다는 이유로 또다시 `거수기'를 영입한다면 축구계의 화합은 요원해진다.
그리고 그 선택은 현 집행부에서 마지막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한때 반대편에 섰던 인물이라도 과감히 영입하는 포용력을 가져야 한다.
그것도 여의치 않다면 혈기 넘치는 소장파를 영입해서라도 새 출발을 해야 한다.
그것만이 정회장이 외치（外治）에서 거둔 성가（聲價）를 빛내는 길이다.
어정쩡하게 간섭하느니 `축구인에 의한 축구행정'을 도와주는게 훨씬 모양이 낫다.
[김동국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