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화'사랑해'] '따뜻한 사랑이야기 선사'
기사입력 1998년 02월 01일 15시 36분
2일부터 새만화 `사랑해' 연재를 시작한 허영만씨와 김세영씨. 허씨는 이 시대 최고의 만화작가고, 스토리작가 김씨 또한 허씨와 10여년 세월 호흡을 맞춰온 명콤비다.
두 사람이 그려낼 만화는 `사랑얘기'다. 그렇다고 순정류의 애정물은 아니고 사랑의 본질과 방법, 사랑의 표현법 등에 대해 질문해보는 `사색적'인 작품이다.
두 사람은 "시절이 어수선하고 추우니 오히려 사람들이 따뜻한 이야기를 그리워하지 않겠느냐"며 `사랑만화'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질질 끄는 극화 형식 대신 에피소드 방식을 택했다. 첫번째 얘기는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이 주제. 만화는 도입부부터 흥미롭다. 가장 아름답지만 가장 추해질 수도 있는 `사랑해'라는 말에 대한 고찰이다.
데이트중인 소년소녀의 감미로운 `사랑해', 자동차 안에서 들려오는 침침한 `사랑해', 손을 맞잡은 노인들의 `사랑해'가 연속적으로 보여진다. 식칼을 들고 간호원을 쫓는 정신병자의 `사랑해'도 독자들의 시선을 끈다.
그 뒤를 잇는 장면은 더욱 흥미롭다. 채찍을 휘두르는 새디스트 여인, 매를 맞으며 바닥을 기는 매저키스트 남자가 등장하는 것이다.
주인공은 지우. 지우는 태아시절부터 독자들에게 말을 걸고 점점 성장해가면서 어른들의 세계를 엿본다.
지우를 둘러싼 어른들은 엄마 아빠, 할머니 할아버지, 그리고 외삼촌과 이모들이다. 지우 아빠의 직업은 만화스토리 작가다.
"오랜 세월 동고동락해온 사이라 눈빛만 봐도 상대방의 의중을 알 수 있습니다. 이번 작품을 구상하면서도 역시 단짝궁합임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두 사람의 이구동성이다. `척보면 압니다'의 경지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이들은 그동안 `오！ 한강' `카멜레온의 시' 등 10여 작품을 함께 해왔다. 모두 명작이고 화제작이지만 특히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오！ 한강'.
80년대 중반 발표된 이 작품은 국내 만화사상 최초의 이데올로기 만화로 기록된다. `저급한 오락물'로 취급받던 만화가 작품성과 사회성을 확보해낸 최초의 사건이었다. 이 작품은 대학생들의 필독도서였으며 요즘에도 후배 대학생들의 화제에 오르내리곤 한다.
두 작가가 명실상부한 일류가 된데는 태작을 거부해왔기 때문. 이번 `사랑해'에도 이들은 최고의 그림, 최고의 아이디어를 동원할 계획이다. 두 사람은 장담한다.
"우선 몇회만 보십시오. 뒷얘기가 궁굼해져서 못보면 안달이 날만큼 흥미롭고 재밌는 작품을 선보이겠습니다."
[이승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