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짠돌이짠순이] 옷은 직접 재봉질 승용차도 처분
기사입력 1998년 02월 01일 15시 35분
"짠순이라고요. 천만에요. IMF 시대를 살아가는 생활의 지혜인걸요."
동양화장품 홍보팀에 근무하는 임재숙양（25．서울 영등포구 당산동）은 지난해말부터 `IMF식 라이프 스타일'을 고수하고 있다.
임금삭감, 고물가의 살벌한 IMF시대를 이겨내기 위해서는 예전처럼 먹고 싶은 것 다 먹고 사고 싶은 것 다 사는 안이한 생활 자세로는 안된다는 판단에서다.
그녀의 연봉은 1천440만원.
여기에 휴일 특근수당 등 각종 수당을 합하고 세금을 공제하면 월 수령액은 125만원선.
그녀는 두눈을 딱 감고 이중 100만원을 떼어내 적금을 들었다.
임양의 용돈은 한달에 20만원. 전에는 30만원을 썼는데 IMF 체제 이후 3분의 1을 삭감한 것이다.
그녀가 가장 먼저 행동에 옮긴 알뜰 작전은 대학시절부터 타고 다니던 프라이드 승용차를 처분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
직장이 있는 서울 여의도까지 출근하려면 마을버스를 타고 시내버스로 다시 갈아타야 하는데, 마을버스비도 아끼고 운동도 할 겸 매일 아침 30분 거리의 시내버스 정류장까지 걸어서 출근하고 있다.
한창 멋을 내야 할 나이에 만만치 않게 들어가는 게 의상비.
디자이너라는 직업과 어머니에게 배운 재봉질 실력을 십분 활용, 서울 동대문혼수상가에서 직접 옷감을 구입해 옷을 만들어 입는다.
"정장 한벌을 구입하려면 30만원은 줘야 하지만 옷감을 사다가 만들면 4만∼5만원이면 충분해요. T셔츠는 사입는 것이 오히려 더 싸게 먹히지요."
오빠 집으로 이사오면서 책장이 필요했던 그녀는 벽돌과 나무 판자에 컬러 스프레이를 뿌려 멋진 책장을 만들었다.
점심은 가급적 회사 지정식당을 이용한다.
식사후 커피숍에 가는 법이 없고 커피 생각이 나면 회사에서 녹차를 타 마신다.
그녀의 취미생활은 등산과 운동, 그림.
얼마전까지는 헬스클럽에 다녔는데 돈을 절약하기 위해 조깅과 줄넘기로 대신하고 있다.
머리손질도 회사 미용클리닉에서 공짜로 이용하고 염색약이나 화장품도 품평회 테스트용으로 나오는 샘플을 사용한다.
하지만 그녀가 돈을 아끼지 않고 투자하는 곳이 있다.
바로 자신의 능력개발이다.
학원비는 회사에서 지원해주고 있지만 영어회화 테이프나 교재는 직접 구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녀는 이달부터는 점심 시간을 이용해 중국어 학원에 다니고 있다.
그녀의 꿈은 대학원에 진학, 신문방송학을 전공해 교직에 남는 것.
"IMF 시대를 살아가려면 자신에게는 더 엄격해야 하지만 돈을 쓸 데는 제대로 쓸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하지요."
[강병원 기자]
◇임재숙양이 서울 동대문혼수상가에서 천을 고르고 있다. 그녀가 입은 블라우스와 코트는 손수 만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