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자의 몰락?
기사입력 1998년 02월 01일 15시 35분
"`사'자의 몰락（?）."
승승장구하던 `사'자군단에도 IMF（국제통화기금）한파가 몰아치고 있다.
`사'자그룹의 맹주격인 변호사나 의사, 약사들은 예상치 못한 IMF한파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서울 강남의 K법률사무소는 최근 3명의 변호사중 1명을 해임하고 사무직원 10명에 대해서는 해고하지 않는 대신 봉급을 30％ 삭감키로 했다.
이모변호사（47）는 "최근의 불황여파로 소송 의뢰건수가 대폭 감소, 사무실 운영비도 제대로 마련하지 못하는 법률사무소가 숱하게 많다"며 "일거리가 없으면 해고당할지도 모른다는 의식이 동료 변호사들 사이에 팽배, 사건 하나를 맡으면 질질 끄는 경우도 있다"고 털어놨다.
이를 반영하듯 이번달 사법연수원을 수료하는 사법고시 합격생들 가운데 판－검사에 임용되지 못하고 개업변호사밑에서 일하는 `새끼변호사' 자리도 구하지 못하는 잠재실업자가 30여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의사들 역시 환자가 줄어드는데다 리스로 구입한 의료기기의 환차손마저 막대해지자 폐업하는 병원이 늘어나는가 하면 S대병원의 경우 과장급 이상에게 지급하던 월 500만원 한도의 법인카드를 회수한데 이어 임금삭감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개업의인 김모원장（34）은 환자가 줄어들자 최근 의사들을 대부분 해고한 인근 병원에 수술환자가 있을 때 일당제로 나가 일하는 식으로 `생활비'를 충당하고 있다.
이런 `사'자수난은 기업들의 잇단 부도여파로 일자리를 잃고 있는 공인회계사나 세무사 등도 마찬가지.
명예퇴직자나 신세대 업종으로 각광을 받던 공인중개사 역시 부동산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생계마저 위협받고 있으며 미용사나 이발사 등도 손님이 줄어들면서 신세한탄을 금치 못하고 있다.
이같은 `사'자의 수난은 미팅시장에도 몰아쳐 `사'자 돌림이면 얼씨구나 좋다 하던 시대의 종말을 실감케 하고 있다.
결혼－미팅전문업체 선우이벤트의 이웅진 사장은 "여성회원에게 `사'자를 들먹이며 맞선을 주선하면 실패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이제는 `사'자에 걸쳐 있던 거품도 빠져나가면서 직업의 귀천이 없는 미팅의 무한경쟁시대를 예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호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