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위니아] '부도시련 실망시킬수 없었다'
기사입력 1998년 01월 31일 14시 30분
한라위니아의 김세일 감독（51）은 30일 97∼98한국아이스하키리그에서 팀 창단 이후 첫 우승이 확정된 뒤 잠시 눈시울을 붉혔지만 내내 담담한 표정이었다.
하지만 김감독이 이날 밤 우승 자축연에서 자신의 애창곡 `잊으리'를 부르는 순간 눈가엔 이슬이 맺혔다.
`이제는 모두 잊으리 그날의 순간들∼.'
어느덧 나이 쉰을 넘어 검은 머리보다 흰머리가 더 많아진 그는 지난 94년 한라위니아 초대감독으로 실업 얼음판에 뛰어든 이후 잊고 싶은 순간들이 많았다.
95∼96한국아이스하키리그 정규리그에서 우승했지만 챔피언결정전에서 고려대 출신 후배인 김광환 감독에게 3연패해 우승컵을 내줬다.
또 지난해엔 정규리그 3위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연세대 이재현 감독에게 1승3패로 덜미를 잡혔다.
각종 대회에서 정상을 거의 휩쓸듯 하며 `국내 최강팀 감독'으로 군림했지만 정작 리그 챔피언에게 돌아가는 코리안컵은 단 한번도 만져보지 못했던 것이다.
그에겐 어느새 `불운의 명장' `포스트시즌 징크스의 지휘자'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녔다.
밤을 지새며 홀로 술잔을 기울였던 때가 하루이틀이 아니었다.
이번 시즌을 맞아 김감독은 벼랑을 등진 절박한 심정이었다.
`2전3기'를 못 이루면 빙판을 영원히 떠나겠다는 마음속 다짐도 있었지만 그보다도 `부도'의 시련을 겪고 있는 모기업 한라의 전가족들에게 실망을 안길 순 없었기 때문이다.
"경기종료 41초전 이종훈이 쐐기골을 넣기 전까지 입술이 얼마나 바짝바짝 타던지 말이야. 시즌 챔피언에 올랐으니 이젠 정상을 지키는 일이 중요하겠지."
노래를 마친 뒤 김감독은 붉어진 눈시울 속에 예전에 볼 수 없었던 행복한 미소를 띄웠다.
[구동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