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마장] 노인관중 '실종'
기사입력 1998년 01월 31일 14시 30분
과천경마장에 노인들이 사라지고 있다.
올들어 경마장 입장객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5％ 이상 늘어났음에도 입장료 인상 등의 여파로 노인들의 수는 오히려 급감했다.
31일 마사회에 따르면 지난해까지만 해도 과천경마장에는 노인들이 200∼300명씩 모여 베팅을 즐겼으나 올들어서는 이들의 모습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는 것.
이들이 경마장에서 자취를 감춘 것은 IMF시대 이후 용돈이 궁해진데다 65세 미만의 경우 새해부터 입장료 900원을 물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하루 2천∼3천원 정도의 종자돈으로 한번에 100∼200원짜리 소액베팅을 즐기기 때문에 900원은 엄청난 부담이 아닐 수 없다.
또 마사회가 지난해 9월말 탄산가스 분출사고 이후 `사고방지' 차원에서 노인의 관람대 2층 이상 입실을 통제하고 있는 것도 경마장 출입을 포기하게 만든 주요인이다.
노인들은 오래 서 있기 힘들어 의자나 소파가 남아 있는 5∼6층 일반석을 선호하고 있지만 마사회는 사고발생시 재빨리 대피할 수 없다는 이유로 노인들을 관람대 1층이나 경마공원으로 안내하고 있다.
그러나 노인들은 관람대 1층이나 경마공원은 실내온도가 낮아 추위를 견디기에는 마땅치 않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경마팬 김유동씨（69·서울 관악구 신림동）는 "65살이 안된 사람들은 입장료 때문에, 나이많은 사람들은 날씨 때문에 경마를 끊고 있다"며 "65세로 한정된 무료입장 기준을 낮추고 관람대 안에 노인 전용공간을 마련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