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대리운전도 불황 한파
기사입력 1998년 01월 31일 14시 30분
IMF 한파로 대리운전도 치열해졌다.
대리운전업계에 정리해고자 등 `신인'들이 대거 몰리면서 손님을 잡기 위한 경쟁률이 높아진 것.
`신인'들은 대리기사를 알선해주는 용역업체보다는 주위의 아는 사람을 통해 유흥업소에 `취직'을 하거나 개인적으로 스티커나 홍보물을 만들어 식당이나 술집 등 유흥업소에 뿌리며 "불러달라"고 애원하기도 하고, 가격파괴로 `프로 기사'들에 맞서기도 한다.
서모씨（34．서울 은평구 북가좌동）는 지난 10일까지만 해도 내로라 하는 유통업체의 중견사원이었지만 요즘은 강남의 룸살롱에서 대리운전을 하고 있다.
서씨가 일하는 술집에는 원래 4명의 대리기사가 `소속'돼 있었지만 요즘은 서씨 같은 처지의 `신입사원'이 2명 더 늘어 6명이 순번제로 배차를 받고 있다.
"새 식구가 늘면 밥그릇이 그만큼 줄어들기 때문에 대리운전도 쉬운 게 아니다."
서씨는 그러나 술집도 IMF의 예외지역이 아니어서 공치는 날이 적지 않다고 한숨을 내쉬면서도 "그나마 최소한의 호구지책을 마련할 수 있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서울 잠실에서 `프리랜서'로 뛰는 최모씨（38．송파구 잠실동）도 지난해 12월부터 대리운전을 하고 있는 `신인'이다.
용역회사에 소속되면 자주 출동할 수 있어 유리하지만 일정한 소개료를 줘야 하기 때문에 아예 `솔로'로 나선 케이스.
최씨 역시 한때는 대기업 과장으로 잘 나갔지만 퇴직을 당한 뒤 실의에 빠져 지내다 처남의 권유로 대리운전을 하고 있다.
최씨는 회사 다닐 때 몰고 다니던 중형승용차를 처분하지 않아 대리운전과 함께 틈틈이 `자가용 영업'도 하고 있다.
최씨는 "주위에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 단골을 확보하기 위해 전문 대리기사보다 값을 1만∼2만원 깎아주는가 하면 나이트클럽 웨이터처럼 `차범근' `박찬호' 등 유명인사의 이름 딴 가명으로 스티커를 돌리기도 한다"고 말했다.
가장이라는 책임감 때문에 체면을 접어두고 생계를 위해 나선 `신인 대리기사'들은 IMF가 낳은 또다른 사회현상인 셈이다.
[김승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