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파경부부 '과거를 지워주세요' 호적세탁 급증
기사입력 1998년 01월 31일 14시 30분
이혼 경력을 숨기기 위해 호적을 옮기는（전적） 이혼남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호적을 옮기면 새 호적에는 이혼 등의 경력이 사라져 이혼에 따른 여러가지 신분상의 불이익을 피할 수 있기 때문.
특히 이같은 `이혼 세탁'은 자녀가 딸린 이혼남보다는 결혼직후 파경을 맞아 자녀가 없는 이혼남들 사이에서 두드러지고 있다.
서울 종로구청에 따르면 요즘들어 전적 절차 등을 문의하는 전화 상담이 쇄도하고 있다.
종로구청 호적계의 한 관계자는 "전적 신청이 하루 평균 7∼8건에 이르는데 이중 70％ 가량이 이혼이나 입양 등 신분상의 불이익을 없애기 위한 것으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강남구청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
전적 신청이 하루 평균 4∼5건에 이르는데 이중 절반 이상이 이혼 등의 사실을 없애기 위한 것.
이처럼 이혼 부부의 `과거 세탁'이 늘고 있는 것은 올초부터 전적시 입양이나 이혼 등 개인 신분상의 불이익을 줄 수 있는 사항을 없애도록 호적법이 개정됐기 때문.
여자의 경우 이혼후 친정에 복적을 하지 않고 호적을 새로 만드는 방법으로 자신의 이혼 사실을 삭제할 수 있었으나 남자는 평생 이혼남이라는 꼬리를 달고 살아야 했다.
하지만 이제는 남자도 호적을 옮기면 이혼 경력을 없앨 수 있게 돼 앞으로 이혼부부의 급증에 따른 이혼 세탁이 크게 번질 전망이다.
지난 96년 이혼한 김모씨（34）는 "결혼 2년만에 이혼을 했는데 그동안 이혼 사실이 호적에 남아 있어 여러가지 불리한 점이 많았다"며 "호주로 돼 있는 아버지가 얼마전 돌아가셔 마침 이번 기회에 호주 승계를 통한 호적 정리 절차로 법적인 총각 신분을 되찾았다"고 말했다.
김씨는 "개중에는 이 제도를 이용해 자신의 이혼 사실을 숨기고 `총각 장가'를 가는 경우도 더러 있다"고 귀띔했다.
현행 법에는 이혼 사실을 새로 혼인할 배우자에게 고지할 의무가 전혀 없으며 설령 배우자가 뒤늦게 알았더라도 이혼 사유가 되지 않는다.
권성희 변호사는 "자신의 이혼 사실을 배우자에게 알리고 말고의 여부는 도덕상의 문제일 뿐 법적으로는 아무런 하자가 없다"며 "그동안 이혼이나 입양 등의 꼬리표 때문에 많은 불이익을 받아온 사람들에게는 희소식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강병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