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운·산정호수] 꽁꽁언 겨울호반 나들이객 '북적'
기사입력 1998년 01월 31일 14시 30분
"호수위에 웬 사람들！"
연일 계속된 강추위로 꽁꽁 언 호수가 IMF시대 가족나들이 코스로 인기를 끌고 있다.
경기도 의왕시 백운호수. 호수 입구에 이르자 자동차들의 속도가 갑자기 떨어진다. 도로 양쪽에는 이미 주차된 차량으로 가득하다. 영문을 모르는 운전자들은 차창을 열고 앞을 살피기 바쁘다.
그러나 궁금증은 금방 풀린다. 호수가 한눈에 들어오기 시작할 즈음 `와∼'하는 탄성과 함께 다들 주차할 곳을 찾는다.
11만평의 드넓은 호수가 꽁꽁 얼었다. 하얀 호수 위에는 얼음지치기를 하는 사람들이 한 점이 되어 어지럽게 움직인다.
처음 해보는 앉은뱅이 썰매가 익숙하지 않은 지 연신 넘어지는 아이들, 자전거 뒤에 매단 썰매에 자녀들을 태우고 씽씽 달리는 아버지, 얼음위를 미끌미끌 걸어가며 데이트를 즐기는 연인들, 아빠를 썰매에 태우고 `끙끙' 줄을 당기는 어린이….
4천원하는 썰매 대여료를 아끼기 위해 돗자리, 박스, 아기 목욕통, 고무통 등이 썰매로 둔갑했다. 눈위를 달려야 할 눈썰매도 얼음썰매도 눈에 띈다.
이재환씨(41·경기도 군포시 금정동)는 "우연히 지나가던 길에 꽁꽁 언 호수를 보고 차를 세워놓은 뒤, 가족들과 썰매타기를 즐겼다"며 "썰매 한대만 있으면 온가족이 하루를 보낼 수 있는 IMF시대 최고의 가족나들이 코스"라고 말했다.
같은 시간 경기도 포천군 명성산 중턱에 자리잡은 산정호수. 꽁꽁 언 25만여평의 호수 위로 스케이트가 어지럽게 오가고 옆에는 썰매를 타는 사람들로 북적된다.
산정호수는 매년 이맘때면 각급 학교들의 스케이트 동계훈련 장소로 활용될 정도로 뛰어난 빙질을 자랑한다. 산정호수에는 스케이트장과 썰매장이 잘 구분돼 있다.
얼음썰매장에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따끈따끈한 국물. 우동과 컵라면, 커피 등을 파는 상인들은 대호황을 맞았다.
백운호수에서 컵라면 등을 파는 한 상인은 "운좋을 때는 하루 수십만원의 수입을 족히 올렸다"며 "그러나 각급학교들이 개학을 하고 나면 수입이 줄어들 것같다"고 말했다.
▲백운호수:청계산, 모락산으로 둘러싸여 경관이 뛰어나다. 호수주변에 횟집들이 많이 들어서 있으며 차를 마실 수 있는 쉼터는 서너곳에 불과하다. 도로변에 간이 주차장이 마련돼 있다. 썰매 대여료는 2시간에 4천원.
▲산정호수:수려한 명성산 중턱에 있어 경관이 빼어나다. 호수변을 따라 나 있는 길이 3㎞의 산책로가 일품이다. 요즘 등산코스가 폐쇄돼 등산은 할 수 없다. 썰매장 입장료(썰매대여료 포함)는 8천원, 스케이트장은 1시간에 5천원.
[의왕·포천＝김순근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