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속] 브라운관서 만나는 90년대식 사랑법
기사입력 1998년 01월 31일 14시 30분
옛 사랑의 그림자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남자와 친구의 남자친구를 짝사랑하는 여자의 가슴아픈 사랑.
현대를 살아가는 외로운 사람들의 따뜻한 사랑이야기를 그린 영화 `접속'이 2월 둘째주 안방극장에 선보인다. 익명의 두 남녀가 컴퓨터 통신을 통해 서로를 사랑하게 되는 과정을 담고 있다.
지난해 한국영화 최고흥행작으로 제35회 대종상 최우수작품상을 비롯한 6개 부문을 휩쓸었고 제18회 청룡영화제에서는 전도연이 신인여우상을 받았다.
섬세하고 절제된 심리묘사가 돋보이는 이 영화에서 남녀주연을 맡은 한석규 전도연은 엇갈린 사랑에 대한 아픔과 새로운 만남에 대한 설렘을 아름답게 연기했다는 호평을 받았다.
`접속'에서 라디오 PD 동현 역을 맡아 무뚝뚝하지만 따뜻한 가슴을 가진 남자로 변신한 한석규.
우리 영화계에서 97년은 한석규의 해였다는 말을 해도 결코 과장이 아닐듯 싶다. 한석규는 지난해 청룡영화상에서 작품상을 받은 `초록물고기'를 비롯해 `넘버 3' 등 출연작 마다 대히트를 기록했고 각종 영화상을 휩쓸었다.
`접속'에서 그려지는 동현이라는 인물은 옛 사랑의 상처 때문에 또 다른 사랑을 받아들일 수 없는 남자다. 미남형이 아닌 지극히 평범한 외모를 가진 배우 한석규의 진가는 우수와 고민이 가득 담긴 동현의 눈빛과 담배연기 사이로 컴퓨터 모니터에 투영돼 나타난다.
`접속'으로 충무로에 진출한 전도연은 브라운관에서 발랄한 신세대 이미지와 청순가련형의 두 가지 모습을 그려온 연기파. 그녀는 짝사랑에 가슴아파하면서 한편으론 새로운 사랑을 꿈꾸는 수현을 연기했다.
친구의 애인을 남몰래 짝사랑하면서도 그저 지켜보기만 하는 소심한 여자다. 동현에게 옛사랑을 잊으라는 따끔한 충고도 서슴치 않는 당찬 여자이기도 하다.
연출을 맡은 장윤현 감독은 독립영화집단인 `장산곶매'에서 `오！ 꿈의 나라' `파업전야' 등을 공동연출하며 역량을 인정받은 실력파. 충무로 데뷔작인 이 영화에서 그는 상업영화의 기본요소인 섹스와 폭력을 철저히 배제하면서도 재미와 감동을 주는 작품으로 완성했다는 평을 얻었다.
[강일홍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