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학] 배우 신고식 먼저한 '예비감독'
기사입력 1998년 01월 31일 14시 30분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의 홍상수 감독이 두번째 영화 `강원도의 힘'(미라신코리아 제작)에서 내놓은 히든카드는 백종학(34)이다.
백종학은 `강원도의 힘'의 남자 주인공. 30대 초반의 대학강사로 자신의 강의를 듣는 여대생과 사랑을 나누었던 기억을 쫓아 강원도를 여행하게 되는 인물이다.
그러나 홍상수 감독의 히든카드치고는 다소간 걱정스런 구석이 엿보이는 인물이다. 1@80이 넘는 키와 준수한 외모를 생각하면 배우로서의 기본 요건을 갖춘 듯 보이지만 원래 백종학은 배우가 아니기 때문이다.
서강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도미, 시라큐스대학에서 예술학 석사학위를 받고 돌아와 `산부인과' `억수탕' 등의 영화작업을 주도한 프로듀서가 백종학의 주요 경력이다.
그런가하면 지난 95년에는 자신이 직접 단편영화 `달의 이면'을 만들어 제2회 서울 국제단편영화제에서 젊은 비평가상을 수상하기도 했던 `미래의 감독'이다. 이를테면 배우와는 동떨어진 이력의 소유자인 셈.
결국 백종학을 `강원도의 힘'의 주인공으로 끌어낸 배경은 여대생과 유부남 대학강사의 막바지를 향한 사랑을 새로운 형식으로 그려보려는 홍상수 감독의 치밀한 계산과 끈질긴 섭외에서 비롯된 것.
"영화를 보면서 주인공들에게서 평범한 일상의 모습이 발견돼야 한다"는 홍 감독의 완벽주의 때문에 무려 6개월이상을 수소문해 찾아낸 배우가 백종학이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홍 감독은 촬영을 모두 끝낸 뒤 "성공적인 캐스팅"이었음을 확인했으며, 백종학 자신도 "연기도 프로듀서 못지 않은 흥미있는 작업이었다"며 만족감을 나타내고 있다.
백종학의 빛나는 연기가 관심을 모으는 `강원도의 힘'은 현재 후반작업중으로 3월초쯤 일반에 공개될 예정이다.
[이창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