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렌타이데이] 'IMF시대에 초컬릿이 웬말'
기사입력 1998년 01월 31일 14시 30분
`밸런타인 데이'를 앞두고 여성들 사이에 초콜릿 불매 움직임이 일고 있다.
오는 14일 밸런타인 데이를 맞아 초콜릿 대신 신토불이 먹거리를 선물하거나 아예 행사 자체를 챙기지 말자는 주장이 뜻있는 여성들 사이에서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이화여대 숙명여대 등 여자대학의 경우 동아리 차원에서 이를 공론화해 방학을 맞은 여대생들에게 공감을 얻고 있으며 하이텔 천리안 등 컴퓨터통신 여성 토론실에도 비슷한 의견들이 올라와 여성 통신인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여성들이 이같은 주장을 펴는 것은 밸런타인 데이가 우리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서양기념일인데다 초콜릿이 전량 수입에 의존, 외화 손실이 크기 때문이다.
달러 인상으로 주요 제과점들의 초콜릿 판매가가 지난해에 비해 20% 이상 올랐다는 점도 여성들의 초콜릿 불매 의지를 다지는데 한몫하고 있다.
대학생 이보람양(23．이화여대 3년)은 "국고가 텅 빈 마당에 초콜릿을 사기 위해 귀한 달러를 낭비할 수는 없다"며 "친구들도 대부분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매년 밸런타인 데이를 챙겨왔던 기분파 여성들은 초콜릿 대신 엿, 강정, 타래과, 떡 등 신토불이 먹거리를 선물할 계획이다.
엿이나 떡의 경우 신토불이 우리 식자재로 만드는 것이어서 외화를 낭비할 염려가 없다는 것이다.
주부 서정화씨(30)는 "매년 남편에게 초콜릿을 선물해왔는데 그냥 넘어갈 수는 없다"며 "출근길에 울릉도 호박엿을 들려보내 동료들과 나눠먹도록 해야겠다"고 말했다.
제과업체들은 초콜릿 불매 움직임이 가시화되자 대책 마련에 부심중.
그러나 때가 때이니만큼 초콜릿에 대한 거부감을 불식시키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대체 상품을 개발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서울 홍대입구의 한 팬시점 관계자는 "지난해는 3만∼4만원짜리 대형 초콜릿 바구니를 맞추는 여성들이 쇄도했는데 올해는 달라질 것 같다"며 "초콜릿 대신 신토불이 먹거리로 채운 바구니로 대체하는 방안을 생각중"이라고 말했다.
[정경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