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카스배 천원전] ○권오인 2단●서봉수 9단
기사입력 1998년 01월 30일 15시 58분
제6보(83∼100)＝우리 바둑계에 최초로 `단위파괴'의 바람을 몰고 온 장본인은 다름아닌 서 9단이다. 71년 18세 까까머리 초단의 신분으로 `명인전'본선에 올라 뭇 고단자들을 연파하고 도전자로 나서며 세상을 놀라게 했다.
그러나 거기서 그치지 않고 당시 `명인'이었던 조남철 8단마저 3대1로 꺾고 기어코 `명인'에 등극한 사건이 그것이다. 서 9단이 2단 때이며 입단 2년만에 일궈낸 신구교체의 청신호였다. 이후 `명인전 5연패'를 달성하며 오늘날까지 `명인전의 사나이'로 불리는 계기가 되었음을 누구나 아는 사실.
그런 그가 강산이 세번 바뀐 오늘, 예선전에서 `그 때 그' 나이(18세)인 새까만 후배와 본선진출을 다투고 있으니 실로 격세지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는 것.
흑 83으로 터를 잡은 수로는 `가'에 끊는 수도 연구되었다. 그러나 백 `나', 흑 `다', 백 `라'로 뜯기는 실리가 크며 중앙은 `마', `바' 등 허술한 부분이 눈에 띄어 큰 집을 기대할 수 없는 곳이라 자중한 듯. 백도 86까지 안정된 모양을 갖춰 국면은 다소 소강상태.
흑 87은 반상최대의 지킴. 그런데 백 88로 들여다 봤을 때 흑 89가 엉뚱한 방향착오였다. 무조건 X참고도 1〉 흑 1로 꽉 이어두는 것이 집으로도 크고 두터운 곳이었다. 반면 백은 A의 곳 급소도 남아 백 말은 자연 엷음을 피할 수 없는 모습. 좌변은 백 2 정도이나 5까지 처리해 그만이었다.
그런데 흑의 시착에 장단이라도 맞추려는 듯 백 94∼98까지 패를 결행한 것이 무리. X참고도 2〉 백 1∼3까지 착실히 지켜두었으면 그동안의 부진을 백은 단숨에 만회할 수 있었는데 아쉽다.
[해설．김재구 8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