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아] '신혼재미 이런건가 봐요'
기사입력 1998년 01월 30일 15시 58분
"정말 속상해요. 이제부터라도 정신 바짝 차리고 살아야죠."
IMF시대를 살아가는 `주부' 이상아의 각오. 원룸 아파트에 달랑 두 식구 살림이지만 경제위기로 인한 고민은 남의 일이 아니다.
자신이 출연중인 프로그램중 KBS 2TV `풍물기행'을 빼고는 온갖 오락 프로그램이 모두 폐지됐고 남편 김한석도 주 수입원인 기업체 행사가 대폭 축소돼 수입이 절반으로 줄었기 때문.
어려운 시절 남편에게 뭐라도 해주고 싶은 심정이지만 워낙 둘의 스케줄이 달라 같이 살아도 만나기가 어렵다. 김한석은 보통 월∼금요일에 걸쳐 일을 하고 이상아는 금,토요일이 바쁜 날.
김한석이 일을 훨씬 많이 하는 것 같지만 속담으로 풀면 `깨 백번 굴러야 호박 한번 구르기'다. 방송경력이 김한석의 3배 가까이 되는(아역시절 포함) 이상아의 출연료 등급이 훨씬 높기 때문이다.
신접살림을 시작한 뒤 유명세의 덕을 본 것은 단 1번. 친구들을 초대해 놓고 중국집에 음식을 시켰다. "이렇게 많이 시키면 서비스는 없나요?""저흰 그런 거 없습니다." 무뚝뚝한 목소리.
잠시 후 벨이 울렸고 이상아가 문을 열자 배달원의 입이 딱 벌어졌다. "어머, 탕수육이 하나 덜 왔네?""네…, 곧 갖다 드리죠." 물론 탕수육과 함께 물만두가 같이 왔다.
같이 산 지 두달 남짓. 벌써 이상아는 드라마에서나 보던 `상상임신'까지 경험해 봤다. 아기는 "2년 뒤쯤에 갖자"는 예정이었지만 김한석이 날마다 "자기야, 내가 태몽을 꿨는데"라며 호들갑을 떨자 배가 정말 불러왔고 결국 병원에 확인한 뒤에야 폭 꺼지더라는 것.
그래도 "이래서 사람들이 결혼해 같이 사는구나"라는 느낌은 한껏 느끼고 있다. 끼니는 챙겨주지 못하지만 이른 아침, 김한석이 촬영을 나갈 때 보온병 하나 가득 커피를 끓여 들려 내보내면 "뭔가 해줬다"는 느낌이 마음을 따뜻하게 한다고.
[송원섭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