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선창] (26)가거항
기사입력 1998년 01월 30일 15시 58분
[파도밖엔 없다/떠 있는 것은 갈매기뿐/아름다움과 아름다움이 맞물린/嘉佳島/갈매기만/섬 갈매기만 가가가 운다]
우리나라 최서남단에 있는 외딴섬 가거도(전남 신안군 흑산면)를 찾았던 날, 부두에선 때마침 잔치가 벌어졌다.
남의 배를 타고 고기잡이를 해왔던 한 어부가 자기 배를 진수한 기념으로 시루떡과 싱싱한 회로 술자리를 벌인 것이다. 풍어를 기원하는 꽹과리 북 장구소리가 선창에 가득 깔렸다.
중국 대륙에서 닭 우는 소리가 들려올 것 같은, 동지나해로 트인 난바다에 있는 가거도엔 210세대 620명의 주민들이 1구(대리), 2구(향리), 3구(대풍리) 마을에 모여 살고 있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가거도는 목포에서 가는데만 2~3일 걸릴 정도로 배편이 불편했던 오지였으나, 얼마전부터 쾌속여객선이 드나들면서 목포에서 3시간 30분 거리로 가까워졌다.
가거도는 지금까지 갯바위낚시 명소로만 알려졌을 뿐, 관광지로는 거의 소개되지 않았다.
그러나 쾌속선이 드나들면서 가거도는 섬 관광지로 거듭나려한다.
남해고속 가거도 출장소장 정성기씨(46)는 "갈매기, 기암괴석, 후박나무숲, 흑염소, 거친 바다, 등산로에다 우리 국토의 최서남단 표지판 등 색다른 풍물이 많아서 관광객의 눈길을 끌기에 충분하다"고 자랑했다.
출장소와 지서, 연락선 부두가 있는 1구마을에도 'IMF 한파'가 매섭게 몰아쳤다.
식당 5곳, 숙박업소 8곳, 민박집 20여곳, 노래방 3곳, 다방 6곳이 있는데도 손님이 별로 없어 개점휴업 상태라는 것이다.
겨울 저녁에는 마실다니는 사람들도 뜸해 슈퍼마켓을 겸한 후생약국 한곳만 불을 켜놓고 있었다. 흑산도 갈매기(술집 색시)들의 젓가락 장단에 맞춰 구성진 노래가락을 뽑아댔던 뱃사람들의 '객기'는 이제는 전설이 돼버린 것이다.
흑산면 가거도 출장소장의 도움으로 배를 빌려타고 3구와 2구에도 들렀다.
3구(이장 임덕주. 0631_78_1063)엔 9가구 19명의 주민이 살고 있는데, 고기잡는 사람은 한사람도 없었다. 모두들 낚시터 안내를 하거나 약용으로 쓰이는 후박나무 채취로 살아가고 있다. 2구도 3구와 사정은 비슷했다.
마을주민들은 IMF 때문에 낚시꾼들의 발길이 끊기고 연락선 운항마저 뜸해지면 어쩌나 걱정하면서, '관광특구'로 개발되기만 바라고 있었다.
가거도 8경
제1경은 해발 639㎝의 독실산으로 등산코스가 멋지다.
제2경은 회룡산과 장군바위로 섬 창조 신화를 간직하고 있으며, 마을의 수호신이다.
제3경 돛단바위와 기동바위, 제4경 섬둥반도 절벽과 망부석, 제5경 구곡의 앵화와 빈주바위, 제6경 소등의 일출과 방향바위, 제7경 월출봉 터널과 해상터널도 아름답고 신비롭다.
특히 제8경 국흘도 개린여 거문여 주변의 바다 풍경은 시간마다 분위기가 바뀌어 황홀한 느낌을 준다.
[명기환=시인. 목포 덕인고 교사]
난바다에서 고기잡이를 하는 어선들과 목포_가거도를 잇는 연락선이 들르는 가거도 1구 부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