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IMF시대 얇아진 지갑 해장국 인기
기사입력 1998년 01월 30일 15시 58분
IMF시대에는 해장국이 요긴한 음식이 된다.
해장국은 술에 찌들어 엉망이 된 속을 풀어주는 뜨끈뜨끈한 탕국.
그러나 기본적으로 양질의 단백질과 비타민이 듬뿍 들어있는 소화만점의 영양식이다.
해장국에는 ▲짜거나 맵거나 시지않고(비자극성) ▲건더기가 위에서 살살 녹고(소화만점) ▲비타민과 단백질이 풍부해 과로에 찌든 간 등 신체 요소요소에 활력을 불어넣어준다(영양보충)는 3가지 철칙이 오랜 세월 담겨져 내려왔다.
▲해장국?
기록상(효종갱:曉鍾羹) 해장국은 조선조 남산양반골 한량들이 먹던 '양반장국'이 원조이다.
남한산성 아래 지금의 송파에서 맑은 샘물을 길어다 소의 사골과 내장(내포:內包)과 정육 등에 우거지 무 조개 해삼을 넣고 된장을 풀어 하루낮과 밤동안 끓인뒤 오전 4시 종각의 종이 울려 사대문이 열릴 때, 누비이불을 씌워 달구지에 싣고 배달하던 해장국이다.
전래 해장국으로는 북어살을 찢어 참기름에 볶다가 물을 붓고 대파를 채썰어 계란이나 두부로 알을 친 북어국. 필수 아미노산과 단백질, 철분이 많아 혈액순환에 좋은 시원한 조개탕. 두통을 없애주는 파국, 간장해독에 그만인 콩나물장국, 화병이나 과음으로 쓰린 속의 열을 내려주는 무나 배춧국 등이 있다.
▲영양해장국밥
서울 송파구 방이동 미성아파트 1동 건너편의 '왕릉'(203-2077)은 남산골로 실어가던 양반장국을 현대 입맛으로 재현했다. 밥 따로식 영양해장국밥(5천원).
양지머리구이와 내포전골 등의 전문집답게 쇠고기의 3대 육수를 해장국에 고루 섞었다.
뽀얀 사골(정강이뼈) 육수는 영양만점의 구수한 맛, 양(위) 곰탕육수는 소화촉진, 연갈색의 양지(갈비아랫살) 육수는 깊은 맛을 더해준다.
곰탕이나 설렁탕은 사골의 뽀얀 육수색깔을 내려고 맨 나중에 소금이나 파로 간하지만, 해장국은 비타민 보강이 필수이기 때문에 각종 야채나 갖은 양념을 미리 맞춰넣는다. 게다가 거의 대부분 된장을 넣기 때문에 해장국에서는 뽀얀 색깔이 사라진다.
영양해장국밥은 영양가의 보물창고인 고추씨, 혹시 남아있지 모를 기름기를 중화시키는 표고버섯, 해열에 좋은 고사리 등을 넣은뒤, 살짝 데친 콩나물과 생파, 양지살과 양, 갈비살 등을 고명으로 얹어 한그릇이 '국물반 고기반'이다.
▲소뼈해장국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 로터리의 해장국촌은 지금은 서너집으로 줄었지만, 새벽까지 끓여내는 소뼈해장국의 명성은 지금도 유명하다.
이중 국민은행 옆에 개업한지 2개월이 채안된 '장가네 해장국'(675-1706)의 소뼈해장국(4천원)은 아주 개성적이다.
약간 달착지근한 맛이 느껴지는 해장국물은 소갈비뼈에 인심좋게 살을 잔뜩 붙여 우려낸 양지육수. 깊은 산속 샘물을 쳐다보듯 연한 갈색빛이다. 푹 삶은 배추와 콩나물이 시원하게 입맛을 돋운다.
이집 여주인은 신길동 공사판에서 10년 넘게 밥집을 했다. 폭음을 예사로 하던 인부들의 쓰린 속을 다독거려온 솜씨가 해장국에 녹아 있다.
▲감자해장탕
원래 해장국에는 해장술이 금기사항이다.
그래도 해장술을 곁들여야 한다면 연대 세브란스병원 의사들이 제법 찾아가는 서울 신촌의 '제주도 통갈비'(363-5112)집이다.
그레이스 백화점의 뒤편 4거리 북경오리구이건물 옆에 있는 이집은 12년째 뚝배기 감자해장탕(4천원)을 고아내고 있다. 사댕이(돼지등뼈)와 마구리(등뼈에 붙은 살 적은 갈비)의 뼈와 살을 고기채 끓인다.
사댕이를 통으로 반 절단한뒤 하루동안 고면 뼛속의 많은 철분이 육수로 우러난다. 흰 배추만 골라서 고추장과 된장을 섞은뒤 통감자를 함께 삶은 덕에 해장술이 먹힌다.
[조경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