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희대] 대잔치 첫우승 야망
기사입력 1998년 01월 30일 14시 42분
매년 겨울 경희대 농구선수들은 올림픽대교를 뛰어서 넘는다.
농구대잔치에서 지는 날이나 이기더라도 플레이가 최부영 감독의 성에 차지 않는 날이면 선수들은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에서 회기동 경희대 숙소까지 어김없이 뜀박질을 하는 것이다.
제법 빠른 속도로 뛰어도 2시간30분 정도 걸리는 거리.
입에선 단내가 나고 다리가 후들거리지만 그래도 용케 숙소로 돌아온다.
최부영 감독의 농구철학은 체력과 근성으로 집약된다.
"작은 공간에서 쉴새 없이 뛰어다니며 몸싸움을 벌이는 농구에서 체력과 승부근성은 선수가 갖추어야 할 가장 기본적인 요소입니다."
돌풍으로만 그쳤던 경희대가 올겨울 태풍으로 돌변해 결실을 맺고 있다.
29일 농구대잔치 남자부 준결승 1차전에서 한양대를 76대69로 꺾고 결승 진출에 1승만을 남겨둔 경희대의 컬러는 체력과 근성을 앞세운 수비농구.
고교시절 무명이나 다름없었던 윤영필（4년） 강 혁（3년） 김성철（3년） 등이 어우러진 경희대의 수비는 그동안 대학농구를 양분해왔던 고려대와 연세대도 깨뜨리지 못할 장벽으로 평가받는다.
특히 휘문고 시절부터 선배 서장훈（연세대）과 동기생 현주엽（고려대）에게 가려 설움을 받았던 윤영필이 졸업반이 되면서 농구에 눈을 뜨며 골밑을 든든히 지켜주는 점이 경희대의 강점이다.
경희대가 결승에서 만날 파트너는 고려대_연세대전 승자.
최감독은 내심 두학교가 최종 3차전까지 벌이기를 바란다.
개인기에서 절대 열세인 경희대가 창단 30년만에 농구대잔치 첫 패권을 넘볼 수 있는 것은 체력과 근성밖에 없기 때문이다.
[류성옥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