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IMF, 설풍속도 바꿔놓았다
기사입력 1998년 01월 30일 14시 41분
IMF가 우리 고유의 명절인 설 풍속도마저 바꿔놓았다.
세뱃돈의 액수가 줄어들거나 아예 없어져 할머니, 할아버지의 쌈짓돈으로 설날 `한몫'을 노렸던 고사리손들이 실망하는 기색이 역력했으며 `고스톱'에 밀려 자취를 감춰가던 윷놀이가 다시 등장했다.
언젠가부터 `설놀이'의 대명사로 슬그머니 자리를 잡았던 고스톱은 점당 1천원에서 100원짜리로 거품이 빠지면서 `구조조정'됐다.
선물도 거의 사라지거나 꼭 필요한 사람에게만 성의를 표시하는 선에서 이뤄졌으며 직접 찾아가 세배를 하는 것 대신 전화로 새해 인사를 하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
예년 같으면 상다리가 휘어질 정도로 푸짐했던 차례상도 실속 위주로 크게 간소화됐으며 건강과 안녕을 기원하는 덕담도 정리해고나 실직이라는 우울한 이야기에 자리를 내줬다.
차례를 지낸 뒤 음식을 나눠먹으며 조상들의 음덕을 기리는 음복은 현 정권의 경제실정을 성토하는 청문회장으로 변했다.
환율폭등에 따른 기름값 인상으로 매년 증가일로를 걷던 귀성차량은 올해 처음으로 감소, 설 연휴인 지난 26일부터 사흘간 고속도로를 이용한 차량은 하행선 54만여대, 상행선 38만1천여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각각 7.2, 13.1％가 줄었다.
이밖에 귀성을 포기한 사람들이 서울근교 유원지나 영화관, 극장 등에서 연인이나 가족과 함께 여느해보다 차분한 분위기에서 설을 보낸 것도 IMF가 바꿔놓은 설풍속도 가운데 하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