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 한직장인 한집안 13인의 '가족군단'
기사입력 1998년 01월 30일 14시 41분
핵가족 시대에 일가족 13명이 한 직장에 근무하며 각별한 가족간의 정을 과시하고 있어 부러움을 사고 있다.
대우중공업 옥포조선소에 근무하는 임일남씨（55．경남 거제시 옥포2동 덕산APT 405동 404호） 일가가 바로 그들.
이들은 일터가 삶터이자, 가족이 직장 동료라는 색다른 인간 관계를 맺으며 `가사불이'（家社不二）를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설과 추석 등 명절에는 한자리에 모여 가족간의 화목을 다지고 있다.
"처음에는 명절 때마다 한자리에 모였는데 식구가 늘다보니 쉽지 않아요. 이번 설에는 오랜만에 함께 모이려고 했는데 저마다 사정이 있어 정월 대보름으로 미뤘어요."
지난 82년 대우중공업에 입사해 사내 안전 관리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임씨의 설명이다.
임씨가 가사불이를 `추진'한 것은 "인륜이 무너지고 점차 삭막해져가는 요즘, 가족간의 화목한 분위기를 직장 생활로 연결하면 좋지 않겠느냐"는 판단에서다.
지난 86년 부인 박정순씨（48．선행도장부）가 맨먼저 합류했다.
이후 조카 임훈련（48．선행도장부）, 임조상（47．시운전부）, 임강련（43．옥포공영）, 김경범씨（28．의장2부）가 입사하고 조카 사위인 윤광원（55．총무부）, 김동암씨（45．도장2부） 등 4명과 처남인 박순길씨（38．창원공장）도 가세했다.
임씨의 차남인 광호씨（27．대우자동차）가 지난 95년 입사한 데 이어 1년뒤 대우중공업 협력업체에서 근무하던 장남 광수씨（30．선행탑재부）가 맨 마지막으로 합류했다.
"좋은 근무 여건에서 가족이 함께 일하는 게 어떻겠느냐"는 임씨의 뜻에 따라 직장을 옮긴 것.
이들 `가족군단'의 자부심은 대단하다.
가족들의 힘으로 배 한척을 만들 수 있다는 긍지가 바로 그 것.
함께 근무하다 보니 웃지 못할 일도 많이 생긴다.
부인 박씨는 "회사 사정을 서로 잘 알고 있어 딴 주머니를 찰 수 없고, 다른 동료들의 눈을 의식해 항상 몸가짐에 조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명절이나 집안의 대소사가 있을 때 가족회의가 업무회의（?）로 돌변하는 촌극도 벌어진다.
그래서 보다 못한 임씨는 집에서는 회사 이야기를 하지 못하도록 함구령을 내렸으나 이야기 꽃을 피우다보면 어느새 화제가 회사 이야기로 흘러간다는 것.
임씨는 "한 직장에 많은 가족이 근무하다 보니 직장과 가정을 떼놓고 생각할 수 없게 된다"며 "직장을 가정처럼 소중히 생각할 때 IMF 한파도 충분히 극복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강병원 기자]
◇임씨 일기족 13명중 6명이 컨테이너 운반선앞에 모였다. 왼쪽부터 임일남씨, 부인 박정순씨, 조카 임훈련씨와 남편 윤광원씨, 장남 임광수씨, 조카 사위 김동암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