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선수들] '우리도 고향에 간다!'
기사입력 1998년 01월 26일 15시 27분
장돌뱅이처럼 해외로, 지방으로 정처없이 떠돌아 다녀야 하는 게 바로 야구선수의 생활.
얼핏 화려한 직업인 것 같지만 1년중 반을 집밖에서 지내다 보면 사실 가장이나 자식 노릇하기도 쉽지는 않다.
특히 명절때는 더욱 그렇다.
추석에 경기가 있으면 어김없이 그라운드로 뛰어나가야 하고 설날에는 외국 전지훈련지에서 떡국을 먹으며 고향 생각하기 일쑤.
하지만 올해 프로야구 선수들은 마음 편한 설날 연휴를 지내게 됐다.
해외 전지훈련을 취소한 팀들이 많은데다 지난 95년 이후 3년만에 돌아온 1월 설연휴이기 때문이다.
프로야구 팀들은 대개 1월말이나 2월초에 해외 스프링캠프를 떠나는데 그동안은 설이 2월 중순에 끼일 때가 많았던 탓에 이번 설연휴는 가족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
LG와 OB 투수들은 `이게 얼마만이냐'며 서로의 볼을 꼬집어 볼만 하다.
대부분 투수조는 야수조보다 먼저 해외캠프로 떠나기 때문에 LG는 7년, OB는 8년만에 국내에서 설을 맞은 것.
매년 설연휴를 지낸뒤 해외전지훈련을 떠났던 해태의 경우는 다른 해와 다를 게 없다는 분위기다.
평안남도 평원이 고향인 실향민 `코끼리' 김응용감독은 무등산에 올라 신년구상을 할 계획.
신정을 쇤 한화 강병철감독은 친척을 만나기 위해 김해로 `나들이' 할 예정이며 정민철과 장종훈은 각각 공주와 충북 영동에서 성묘를 할 예정이다.
작년말 태어난 첫 아들 동욱이의 재롱에 빠져 있는 삼성 박충식은 "이번 연휴 이틀간은 몽땅 동욱이에게 봉사하기로 했다"며 흐뭇한 표정.
외국인 선수 가운데 유일하게 국내에서 팀훈련중인 현대 조 스트롱은 이태원 쇼핑 등으로 `서울 구경' 스케줄을 잔뜩 짜 놨다.
한편 각 팀은 이번 설 연휴에 2∼3일씩 휴식을 취한뒤 오는 30일부터 팀훈련을 시작, 본격적인 겨울나기에 나선다.
[김상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