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내장외] '헐크' 이만수 '공부벌레' 변신
기사입력 1998년 01월 26일 15시 27분
★…`오른손엔 토플책, 왼손에는 노트북PC.'
`헐크' 이만수（40）의 만학 열정이 뜨겁다.
삼성 유니폼을 벗은지 석 달여, 방망이를 놓고 펜대를 쥔 모습이 하버드 대학의 공부벌레들 못지 않다.
이만수는 은퇴직후 지도자 수업을 위해 미국행을 결심, 알뜰한 준비에 나섰다.
가장 먼저 잡은 것은 영어책.
지난 88년부터 비시즌때면 외국어학원을 들락거렸지만 이참에 뿌리를 뽑기 위해 알고지내던 `영어통'에게 개인교습을 청했다.
스승은 미국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딴 방갑석씨.
야구서적을 놓고 번역하는 것부터 시작, 상황을 설정한뒤 일문일답을 주고 받고 산더미 같은 숙제 검사까지 받노라면 4시간이 후딱 지나간단다.
"야구용어가 어려운 것이 많습니다. 힘든 것부터 시작해서인지 생활영어는 좀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더군요."
지난 25일에는 작년 팬_선수 입장에서 만나 친해진 미국인 진（Jean）씨 부부를 집으로 초청, 자정까지 이야기꽃을 피우면서도 대화에 거의 막힘이 없었다고 자랑이다.
타이핑 수준이던 컴퓨터 이용도 눈에 띄는 향상을 보였다.
미국에서 만든 선수관리 프로그램을 입수, 꼼꼼하게 사용법을 익히느라 노트북을 끼고 살 정도.
컴퓨터 통신에 자신의 칼럼을 올리고 인터넷 메일로 팬들에게 답장을 보내는 것은 이젠 생활의 일부분이 됐다.
어려운 경제사정으로 1월초로 계획한 미국행이 2월 중순→3월로 자꾸만 미뤄지는 것이 유일하게 마음에 걸리는 부분.
"IMF시대라지만, 팬 여러분 힘내세요. 헐크도 처음엔 어려웠지만 운동할때처럼 공부해보니 이제 영어가 보입니다."
[김우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