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대] 세뱃돈 불황탈출특급작전
기사입력 1998년 01월 26일 15시 27분
민족 고유의 명절 설을 맞아 신세대 젊은이들 사이에 신종 `세배전략'이 등장해 눈길을 끌고 있다.
불황의 늪에서 허우적대던 상당수의 신세대들이 이번 설을 단단히 한몫 잡을 기회로 여기고 있는 것.
비록 지난해보다는 어른들의 지갑에서 나오는 세뱃돈의 단위가 줄어들 게 뻔하지만 그렇다고 마냥 놀고만 있을 수는 없는 일.
그나마 세뱃돈이라도 착실히 벌어 꽁꽁 얼어붙었던 지갑에 온기를 불어넣겠다는 작정이다.
과거와 다른 점은 체계적이고 계획적으로 친지들의 세뱃돈을 받아내는 것으로 일부 세배족들사이에서는 `행동강령'까지 등장했다.
행동강령의 첫째는 3명 이상 몰려다니지 않는다.
인원수가 많을수록 한사람에게 떨어지는 세뱃돈이 그만큼 적어지기 때문이다.
둘째는 군입대나 해외연수중인 친구의 집을 집중공략한다.
친구부모들이 자녀의 공백으로 썰렁해하던 차에 자녀의 친구들로부터 세배를 받게 되면 마치 자신의 아들딸을 대하듯 세뱃돈을 왕창 풀어놓을 것이라는 심리분석에 따른 것.
셋째는 방문전 반드시 전화를 하라.
무턱대고 아는 집을 방문했다가 집안에 사람이 없으면 큰 낭패를 보게 돼 미리 확인전화를 건다는 것.
신속한 전화확인과 이동을 위해 핸드폰이나 승용차도 필수다.
넷째는 3일간의 설연휴중 마지막날을 노려라.
설연휴 마지막날이라면 집안에 온가족이 모여 있을 가능성이 높아 세배를 공칠 일도 없고 `벌이'도 괜찮다는 것.
마지막으로는 과감한 결단력을 가져라.
한집에서 오래 머무를 수록 많은 소득을 올릴 수 없기 때문에 일단 `수금'이 되면 친지들이 붙잡더라도 과감히 일어서 다음 집을 방문한다는 것.
김홍석군（건국대 2년）은 "부모로부터 받던 용돈이 절반으로 줄어들어 하루하루를 힘겹게 연명해오던 참이었다"며 "이번 설만큼은 부지런히 움직여 그간의 손실을 일거에 만회할 생각"이라고 잔뜩 별렀다.
[박민호 명예기자(고려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