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성의 풍속사] (24)모피의 쓰임
기사입력 1998년 01월 26일 15시 27분
성애 소설 `모피를 입은 비너스'는 레오폴트 폰 자헤르 마조흐(1836∼1895)의 대표작이다. 작가는 마조히즘의 창시자답게 소설에서 모피를 쾌락의 입구로 안내하는 도구로 적절히 사용하고 있다.
국내에도 번역 소개된 `모피를 입은 비너스'(도서출판 과학과사상)를 보면 곳곳에 모피와 섹스가 한덩어리가 되어 출몰한다. 지겨울 정도로.
[그녀는 잔인한 입술로 다시 키스하면서 말했다. 나는 모피 재킷과 레이스를 헤치고 나를 향해 부풀어 있는 벌거벗은 가슴을 더듬었다.]
[우리는 완다의 터키식 의자에 앉아 있었다. 그녀는 모피로 테를 두른 재킷을 입고, 머리를 사자 갈기처럼 풀어헤치고 있었다. 그녀는 내 입술에 매달렸는데, 내 몸으로부터 모든 영혼을 빨아들이는 것같았다. 내 머리는 핑핑 돌았고 심장은 그녀를 향해 사납게 뛰었다.]
[나는 그녀를 안고 입술을 빨았다. 그녀가 무거운 모피를 입은 채로 내 가슴에 안겨있는 동안 기이하고 고통스러운 감각이 나를 엄습했다. 마치 내가 야생동물, 암곰에게 사로잡혀 있는 것같은. 그 앞발이 점점 내 살속으로 파고드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모피를 입은 비너스.' 그녀가 나를 자신의 가슴에 끌어당겨 키스로 뒤덮었을 때 나는 중얼거렸다. 나는 아무 말 할 수 없었고, 심지어 아무 생각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환희의 폭풍에 휩쓸렸다.]
이러다가 여자(완다)와 남자(세브린)는 계약서까지 작성한다. 남자가 여자의 노예가 된다는 내용이다. `여자는 남자의 요구에 따라, 특히 남자에게 잔인하게 굴 때는 가능한 한 자주 모피를 입는다'는 구절도 삽입한다. 그리고 남녀는 모피를 매개로 본격적이며 변태적인 성애에 탐닉한다.
마조흐는 실제로도 소설속의 내용과 비슷한 계약을 여러 여자들과 맺기도 했다. 그중에는 `자신의 명예를 걸고 마조흐는 폰 피스트로 부인의 노예가 된다. 그리고 6개월간 그녀의 모든 소망을 들어준다. 폰 피스트로 부인은 가능한 한 자주, 특히 잔인하게 굴 때는, 모피를 입도록한다'는 도 있다.
많은 여성들이 이번 설연휴 기간 동안에는 친인척을 방문할 때 모피를 입지 않겠다고 한다. 젊은이들이 몰리는 나이트클럽에도 모피는 사라진지 오래다. 그런가하면 환경운동연합은 지난해말부터 `야생동물 보호와 모피옷 안입기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벌이고 있다.
이 모두가 IMF 한파 때문이다. 이참에 값비싼 모피는 마조흐에게나 갖다줘 버리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