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영웅] 정벌(23)

기사입력 1998년 01월 26일 14시 05분


만척이 진막을 뛰쳐 나오자 부사령 한석기와 장군 최경부가 따라 나왔다.

"장군."

다가선 한석기가 만척의 팔을 잡았다. 그도 눈을 부릅뜬 무서운 형상이다.

"이도명의 진면목을 이제야 알았소. 장세걸은 우리가 막읍시다."

"저런 장수 밑에 강졸이 있을수가 없소. 먼저 이도명을 베어야 하오."

분이 풀리지 않은 만척이 소리쳤을때 다시 진막 밖으로 장수 대여섯이 나왔다.

그들은 만척과 한석기를 중심으로 둘러 섰다.

"장군, 부사령이 지휘채를 잡으시오. 우린 총사령의 명을 따르지 않겠소."

장수 하나가 소리쳤다. 적전반락(敵前反亂)이다. 머리를 끄덕인 한석기가 만척을 바라보았다.

"장군, 이도명의 처리는 싸움이 끝난뒤에 합시다."

"좋소."

힐끔 진막을 흘겨본 만척이 뱉듯이 말했다.

"저런 썩은 놈들이 정권을 잡고 있었으니 고려가 얕보인거요."

고려군이 적전반란을 일으켜 상장군 이도명의 지휘채를 부사령 한석기가 인수했다는 보고는 즉시 선봉군 총수 카라차르에게 전해졌다.

한석기가 전령장수를 보낸 것이다. 그의 진막에는 마침 윤의충이 와 있었으므로 그들은 전령장수의 보고를 같이 들었다.

"고려국 상장군 이도명은 고려국에서 이름난 무장이 아니었소?"

카라차르가 윤의충에게 물었다. 찌푸린 표정이다.

윤의충이 머리를 끄덕였다.

"그렇소이다. 자신의 추종자들을 키워 세력을 만드는데는 귀신같은 무장이지요."

"허어. 그렇소?"

"전령장수의 말을 들으니 군사를 뒤로 물리겠다고 했다니 이제 본색이 나온것 같소."

"한석기는 믿을만 하오?"

"용장이오."

그것으로 고려군의 적전반란은 안정이 되었다. 카라차르가 전령장수를 바라보았다.

"우리 감숙성군이 뒤에 바짝 붙어있을 것이니 고려군은 분투 하라고 전해라."

"알겠소이다."

땀을 흘리고 서있던 전령장수의 시선이 윤의충을 스치고 지나갔다. 고마움이 담긴 시선이다.

전령장수가 나가자 카라차르가 입을 열었다.

"총사령의 본진에서는 이번 장세걸의 우회에 대한 논란이 있었소. 그 결과 감군 마탈이 혀가 뽑혀서 죽었소."

"…."

"마탈은 요양성군을 믿을수 없으니 앞으로 내세우자고 주장했다가 죽은거요. 총사령은 장군을 믿고 있소."

"장세걸은 허약한 고려군을 깨뜨려 군의 사기를 높일 계획이었소. 또한 우리측의 내부혼란을 기대하고 있었을거요."

쓴웃음을 지은 윤의충이 말을 이었다.

"감군 마탈의 혀 하나로 내부혼란이 그쳤소이다. 그려."

카라차르가 따라 웃었다.

"바얀 총사령다운 방법이었소."

윤의충이 진막에 돌아왔을때 만척이 보낸 전령이 기다리고 있었다.

"만장군은 고려군의 선봉을 맡고 있소이다. 장군 최경부, 허복을 좌우 부장으로 삼고 오천 기병을 인솔하여 오시경에 적을 맞는다고 했소이다."

전령은 고려인 교위였다. 땅바닥에 납작 엎드린 그가 윤의충을 올려다 보았다.

"지금쯤 궁곡의 밖으로 진군하고 있을 것이옵니다."

대안에서 장세걸을 맞으려는 것이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