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공화국] 3전4기(20)
기사입력 1998년 01월 25일 15시 41분
마당쇠가 `돌격 앞으로'를 외친 이상 이제는 쌍대 자신이 나설 차례였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쌍대의 공격을 받고 나가떨어진 팔철은 본능적으로 일어서기는 했지만 마치 둔기에 머리를 맞은 것처럼 어지러웠다.
육체적 충격보다는 심리적 충격 탓이었다.
마당쇠도 급작스런 사태 변화에 당황하기는 했지만 어쨌든 자신에게 유리하게 된 만큼 새로운 힘이 치솟는 것을 느꼈다.
가장 두려워 하던 1대2 대결이 2대1 대결로 바뀐 게 아닌가.
마당쇠는 팔철의 뺨을 후려쳤다.
그러나 팔철은 여전히 그리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었다.
처음으로 `여소야대'의 싸움이 됐지만 왕은 왕이었다.
팔철의 목표는 마당쇠가 아닌 쌍대로 바뀌었다.
배신자를 처단하는 일이 급했기 때문이다.
팔철은 마당쇠의 공격을 요리조리 피하며 쌍대를 치기 위해 몸을 움직였다.
바로 이 대목에서 마당쇠가 팔철과 다른 점이 두드러졌다.
쌍대가 팔철의 상대가 못된다는 사실을 잘 아는 마당쇠는 쌍대의 보호막 역할을 하며 팔철을 맞아 싸웠다.
마당쇠와 팔철의 얼굴에서 피가 튀었다.
서로 입을 벌리고 덤벼들다가 부딪혀 입 주위가 모두 찢어졌다.
몸은 엉망이 됐지만 왕이 되겠다는 투지와 왕위를 지키고 배신자를 없애겠다는 각오로 무장한 둘은 한걸음도 물러서지 않았다.
하얀 눈밭은 시뻘건 피로 물들었다.
격렬한 몸놀림으로 눈보라가 일 때마다 피바람이 몰아쳤다.
흔히 맞수끼리 바둑을 둘 때 백이 한점을 두면 백이 유리한 것 같고, 흑이 한점을 두면 흑이 유리한 것 같다고 한다.
마당쇠와 팔철의 싸움이 그랬다.
마당쇠가 주먹을 휘두르면 마당쇠가 이긴 것 같았고, 팔철의 펀치가 번쩍이면 팔철이 타이틀을 방어한 것 같았다.
팽팽하기만 하던 둘의 균형은 쌍대의 가세로 한쪽으로 기울어졌다.
마당쇠와 팔철이 뒷발로 서서 펀치를 날리고 있을 때 쌍대가 팔철의 뒷다리를 물었다.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