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 '금모으기' 운동 첫 제안 주인공
기사입력 1998년 01월 24일 15시 00분
IMF 한파 속에서 그래도 한가지 우리를 뿌듯하게 하는 것은 금 모으기 운동에서 나타난 우리 민족의 저력이다.
조국을 살리기 위한 `금의 행렬'은 일본 식민지시절의 `국채 보상운동' 이후 처음 있는, 경제를 통한 독립운동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운동을 처음 제안한 주인공은 서울 종로에 있는 청운외국어학원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정한성씨（39）다.
정씨는 지난해 11월 초부터 우리 경제의 심각한 위기를 깨닫고, 단기외채를 값기 위해서는 금 모으기가 가장 효과적이라고 판단, 청와대를 비롯해 재경원 등 관련부처와 주요정당의 대통령후보와 정책위, 언론사 등에 자료를 배부했다.
그러나 나라는 온통 대선에만 집중, 정씨의 `금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곳은 없었다.
다급해진 정씨는 12월 들어서는 아예 학원 오전수업을 빼먹고 "금을 모아야 한다"고 외치고 다녔다.
경제부처의 기자실을 찾아다니며 보도자료를 돌리는가 하면 정당이나 국회 입구에서 중견정치인에게 자료를 전달했다.
정씨는 요즘 자신의 뜻대로 금 모으기 운동이 한창이지만 아쉬움이 있다.
"금괴가 나오지 않으니 안타깝네요."
정씨는 국내 금보유량이 1천∼5천t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이가운데 공업용과 금은방에 있는 것을 빼면 대부분이 금괴로 숨어있는 셈이다.
"그날그날 국제시세대로 현금이나 채권으로라도 줘야 `골드바'가 나올 겁니다. 있는 사람들은 환불될 때까지의 이자와 환차손을 생각하거든요."
한양대 영문과를 졸업한 정씨는 88년부터 2년 동안 LG종합무역상사 비철금속부에서 금괴와 은괴의 수입업무를 담당하며 금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사내 별명도 `미스터 골드맨'이었다.
정씨는 당시 한국은행에 금이 3t, 대만에는 300∼500t, 유럽은행에는 1만t（나라당 평균 300∼400t）이 있다는 사실을 안 뒤 한국은행과 회사에 `우리도 금을 사들여야 한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미스터 골드맨'은 금 모으기 운동이 성과에 관계없이 국민감정을 하나로 모을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가치가 있다며 중간평가를 하기도 했다.
[김승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