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사무용 집기도 길거리 신세
기사입력 1998년 01월 24일 15시 00분
사무용집기들도 감원한파에 시달리고 있다.
각 기업들의 조직축소와 감원에 따라 컴퓨터, 책상, 의자 등 사무용집기들이 처치곤란에 놓여 주인과 함께 밖으로 내몰리고 있는 것.
서울역 부근 세브란스빌딩앞 공터에는 최근 수백만원을 호가하는 펜티엄급 컴퓨터와 회전의자, 책상 등 20여세트와 서류함 등이 주인을 잃은 슬픔을 말해주듯 이틀동안 쌓인 채 놓여 있었다.
인근 빌딩에 입주해 있는 모기업이 고용조정으로 남게 된 사무집기들을 마땅히 처리할 방법이 없자 아예 밖에 내놓았던 것.
이 업체에서 수천만원에 달하는 사무집기들을 밖에 내놓게 된 건 경비절감을 위해 사무실을 대폭 축소한데다 적당한 가격에 처분할 방법이 막막했기 때문.
이같은 현상은 다른 기업들도 마찬가지로 시내 전자상가와 중고가구점에는 기업들의 사무집기처분 문의가 폭주, 가격폭락을 면치 못하고 있다.
중고컴퓨터를 수집, 판매하는 용산전자상가 `씨씨마트'의 신현성씨는 "올들어 IMF한파가 본격화되면서 수백대의 컴퓨터를 처분해달라는 업체도 속출하고 있다"며 "상당수의 업체가 가격은 관계치 않을테니 팔아만 달라고 주문한다"고 말했다.
기업체들의 이런 `투매'에 따라 중고 486컴퓨터는 모니터까지 포함해 30만∼50만원이면 살 수 있고 300만원인 586노트북컴퓨터도 이곳에서는 100만원이면 살 수 있을 정도로 가격이 대폭 내렸다는 것.
서울 반포동 동화중고가구매매센터에도 의자와 책상, 서류함 등을 인건비라도 아끼겠다며 공짜로 줄테니 치워만 달라는 업체들의 요청이 빗발치고 있지만 판매가 여의치 않아 제대로 소화해내지 못하고 있다.
이런 중고 가구가 넘치면서 5만∼10만원을 호가하는 고급 사무용 의자도 이곳에서는 5천원이면 잘 받는 셈.
일부 업체에서는 각 구청에서 운영하고 있는 재활용센터에 돈 한푼 받지 않고 `기증'하는 것으로 처리를 대신하기도 한다.
C사의 총무부장인 차모씨（45）는 "직원 500명중에 121명을 감원하며 생긴 사무집기들을 마땅히 처리할 길이 없어 재활용센터에 인계했다"며 "고용조정에 따라 처치곤란인 사무용집기들을 사회단체 등에 기증, 보다 뜻있게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 강구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호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