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성의 풍속사] (22)'플레이보이'지
기사입력 1998년 01월 24일 15시 00분
휴 헤프너(71)는 사람들의 성적환상을 포르노 매체에 담아 부자가 된 최초의 미국인이다. 그가 `플레이보이'를 창간한 것은 27세이던 53년.
그는 600달러 밖에 없는 이혼남이었다. 그러나 그는 포르노잡지 창간을 위해 마릴린 먼로의 나체사진을 500달러에 사들이는 모험을 감행했다. 대성공. 50센트 짜리 창간호가 나오자마자 5만3천91부나 팔려나간 것이다.
신바람이 난 그는 기사의 메뉴를 늘려갔다. 매호마다 `쭉쭉빵빵'한 `이달의 여자(플레이메이트)' 사진을, 섹스만화를 실었다. 존 스타인벡, 알렉스 헤일리, 서머싯 몸 등 작가들의 작품, 카스트로 등 인사들과의 인터뷰 기사, 진보적 색채의 기사까지 게재했다.
`플레이보이'가 100만부를 돌파한 것은 60년, 680만부를 발행한 것은 72년이었다. 집에서 음화나 그리던 가난뱅이 이혼남은 그렇게 `위대한 개츠비'로 변신한 것이다.
어린시절 그는 숫기도 개성도 없던 아이였다. 그가 잘하는 것이 있었다면 만화였다. 일리노이주립대 심리학과에 재학중 그는 소질을 살려 대학신문에 만화와 기사를 기고하기도 하고 후일 `플레이보이'에 섹스만화를 그리기도 했다.
그가 대학시절 썼던 논문 가운데 하나는 "미국인들은 흔히 보는 청교도적 태도에도 불구하고 매우 성적"이라는 사실을 폭로한 킨지의 `미국남성의 성행위'라는 글에 대한 논평이었다.
그의 성공은 당시 미국사회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여성들은 날로 섹스에 대해 대담해지고 있었고 전후세대는 부모들의 위선적인 윤리관에 냉소를 퍼붓고 있었다. 엘비스 프레슬리는 끈끈한 목소리와 음란한 춤으로 젊은이들을 열광시켰다.
포르노잡지 발행인으로서 법정에 여러번 서기도 했지만 그는 후일 "`플레이보이'는 미국이 성혁명을 겪고 있을 때 출간됐다. 책속의 여성 나체사진은 불복종의 상징이다. 성의 승리, 청교도주의의 종지부가 됐다. 53년은 미국인이 성을 둘러싼 위선을 벗기 시작한 해"라고 회상했다.
요즘도 `플레이보이'의 인터넷 사이트를 방문해보면 `오픈 유어 마인드'라는 구호가 눈에 들어온다. 위선을 벗으라는 권유다.
외신에 따르면 헤프너가 `플레이메이트' 출신의 아내(34)와 지난 20일 별거를 선언했다고 한다. "취향의 차이를 극복할 수 없어서"였다고 한다. 노익장이다.
춘화를 그렸던 신윤복이나 김홍도가 옛날 `월간한량(月刊閑良)'같은 잡지를 창간했다면 어땠을까. 이 IMF시대에 달러를 벌어들이는 효자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도 답답해서 해보는 상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