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야] '파란의 인생' 책으로 나왔다
기사입력 1998년 01월 24일 15시 00분
"그는 지식인이 아니었다. 교양도 없고, 책 따위는 들여다본 적도 없다. 자기 반성이라는 말과도 인연이 없었다. 그는 47세 때 성병치료를 위해 사용한 수은 때문에 중독되어 죽을 고비를 넘기고 귀머거리가 되었다. 그때 죽었다면 그에 대해서 별로 할 말이 없을 것이다."
그는 고야다. 에스파니아의 화가 프란시스코 고야(1746∼1828).
일본의 작가이며 역사 연구가인 홋타 요시에의 전기소설 `고야'(한길사．전4권)는 고야와 고야의 시대를 독자앞에 생생하게 재현해 준다.
미술사는 물론 정신사와 지성사에도 큰 족적을 남긴 거장의 모습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것이다. 고야의 파란만장한 인생 역정, 그가 겪어냈던 시대의 참혹함이 그림들을 매개로 생생히 되살아난다.
그러나 고야는 속물이요 출세지향주의자, 도덕적 문제아였다.
고야는 40간의 결혼 생활을 통해 아내 호세파에게 스무명이나 되는 자식을 낳게 했으나, 아내와 사별하자 유부녀와 사랑을 나누어 배다른 자식을 출산했다. 모델이 되었던 여인들은 `밥'이었으며, 스캔들은 일일이 예를 들 수 없을 정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야는 40대 후반에 귀머거리가 되어 죽음의 문을 노크하고 되돌아온 뒤 진정한 예술가의 길을 걷는다. 침묵의 세계에 내던져지면서 비로소 창조적이며 독창적인 화가가 될 수 있었던 것이다.
이제 후세의 사람들은 말한다.
"그는 시골과 마드리드를 믿었고, 운동을, 자신의 고환을 믿었다."(헤밍웨이)
"고야의 위대한 공적은 괴물을 창조했다는데 있다. 괴물들은 생명력이 있고 조화롭게 태어났다. 부조리의 가능성을 향해 그보다 더 많은 것을 감행했던 화가는 없다."(보들레르)
"고대의 시가 호메로스에서 출발하 듯이 근대 회화는 고야에서 시작된다"(벤투리)
저자 홋타 요시에는 "그는 모순적이고 불연속으로 가득 찬 사람"이라고 고야를 평가한다.
[이승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