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태평양군] 글보다 소리에 먼저 눈뜬 '국악신동'
기사입력 1998년 01월 24일 15시 00분
`뭐하고 노느냐'고 묻자 "북치고 장구치고, 그러면서 놀아요"하고 대답한다. 나머지 시간엔 뭐하느냐는 질문에 "소리 공부해요"라고 받아친다.
다섯 살 `국악신동' 류태평양군(92년 8월 15일생).
지겹거나 힘들지 않느냐고 슬쩍 떠보자 "재밌어요"라며 한 마디로 일축한다. 장난감보다 북채 장구채를 더 좋아한다. TV도 만화보다 사극에 채널을 맞춘다.
류군이 25일 오후 3시 세종문화회관 소강당에서 열리는 `해설이 있는 가정음악회'(02@273@4455)에 출연, 판소리 한 대목을 부른다. `흥보가' 중 `매맞는 장면'.
꿈도 다부지다. 하나밖에 없다. "할아버지 같은 인간문화재가 되고 싶어요."
할아버지란, 판소리를 가르치는 인간문화재 조통달씨를 말한다.
"타고났다고 밖에 달리 표현할 말이 없다"는 게 조씨의 평가다.
류군의 재능이 나타난 것은 생후 11개월 때. 조씨가 매년 전남 보성에서 여는 하계 수련회에서였다.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는데, 혼자서 1시간 이상 냄비뚜껑을 두드리며 놀더란다. 그것도 꽤 장단을 이루면서…. 그래서 보통 아이가 아니라고 판단, 본격적으로 가르치기 시작했다.
류군은 아직 한글을 모른다. 구전으로 익힌다. 조씨가 부른 것을 녹음해 두었다가 조용한 곳에 가서 혼자 공부한다. 완전히 몸에 배야 비로소 놀기 시작한다.
그렇게 배우고 익힌 실력으로 지난해에는 미국 6개 도시 순회공연을 가졌다. 일본 NHK가 선정한 `아시아 6대 신동'에 뽑히기도 했다.
올 봄에도 미국 공연을 갖는다. 오는 11월에는 판소리 `흥보가' 완창 공연을 가질 계획이다. 사상 최연소다.
아버지 류준열씨도 국악인. 대학에서 판소리를 전공하고 현재 정읍시립국악단 상임기획자로 재직 중이다.
[임정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