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 고난도 액션신 계획 직접 연기까지
기사입력 1998년 01월 23일 15시 58분
서울 개봉관에서만 40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는 등 지난해 한국영화 흥행랭킹 4위를 기록한 신세대 영화 `비트'를 본 관객들은 영화가 끝난 뒤 화면에 올라오는 스태프진의 이름을 보다 다소 생경한 느낌을 받았을 것이다.
`모터사이클 코디네이터 장호중'.
의상도 아닌 모터사이클에 코디네이터의 개념을 접목시킨다는 것이 어딘지 어색하게 느껴졌을 것이지만 장씨는 엄연한 `코디네이터'다.
그것도 용어조차 생소한 `스턴트 코디네이터'.
장씨（33）는 이미 영화 `본투킬'과 `비트' 등에서 사실감 넘치는 고난도 액션신을 계획하고 실행, 관객들의 흥분지수를 한껏 끌어 올렸다.
스턴트 코디네이터와 스턴트맨의 차이점은 분명하다.
스턴트맨이 감독의 일방적인 지시에 따라 위험한 장면을 실연하는 반면, 스턴트 코디네이터는 고난도의 액션장면에 한해 최적의 카메라앵글을 결정하고 정교한 액션장면을 설계하는 등 감독과 같은 권한을 행사한다.
그렇게 짜여진 액션장면에 따라 직접 스턴트를 하는 것도 장씨의 몫.
특히 장씨의 전문분야는 20여년간 한시도 떨어져 본 적이 없는 모터사이클.
비트에서 질주하는 모터사이클에 카메라를 매달고 촬영을 시도, 마치 관객이 시속 200㎞의 세계로 내던져 진 것 같은 효과를 연출한 것도 장씨의 아이디어다.
장씨는 비트에서도 주인공인 정우성의 대역을 맡아 폭발적인 모터사이클 질주신을 원작인 만화 이상으로 멋지게 연출해 신세대 관객들을 열광시켰다.
모터사이클 뒷좌석에 여주인공인 고소영으로 분한 또 다른 스턴트맨까지 태우고 제자리에서 360도 회전하는 액슬턴은 장씨가 아니면 엄두도 못낼 장면.
신세대들의 취향을 반영, 국내 영화에서도 모터사이클 스턴트의 비중이 갈수록 커지면서 장씨도 쇄도하는 `출연작품'의 선정에 바쁘다.
"우리영화가 해외에서 인정받기 위해서는 스턴트분야에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합니다. 미국 할리우드에서는 유명 스턴트 코디네이터들이 스타에 버금가는 대우를 받고, 이들은 또 몸값에 걸맞은 스턴트신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다보니 세계최고의 액션장면이 나올 수 밖예요."
[이백일 기자]
